니코틴에 대한 중독 증상을 막아줘 금연을 돕는 ‘니코틴 백신’의 개발이 눈앞에 다가왔다.
미국의 스크립스 연구소가 ‘니코틴 백신’의 효능을 크게 강화하는 연구에 성공했다고 과학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 등 외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담배의 주성분 중 하나로서 강력한 중독증을 유발하는 니코틴은 금연을 힘들게 만드는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과학자들은 벌써 몇 년 전부터 이런 니코틴의 작용을 막아줄 ‘니코틴 백신’을 연구해왔다.
2012년 처음 개발됐던 니코틴 백신은 합텐이라고 불리는 니코틴 유사물질을 운반 단백질(분자나 이온을 특정 장기에서 다른 장기로 운반하는 단백질)과 결합시켜 만든 것이다. 이 백신이 면역체계를 자극해 대(對)니코틴 항체가 만들어지면 향후 흡연으로 유입된 니코틴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해 중추신경계 침입 및 두뇌 도달을 차단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은 뇌의 보상체계가 더 이상 니코틴에 반응하지 않도록 한다. 즉, 담배를 피워도 니코틴으로 인한 쾌감을 느낄 수 없게 된다는 것. 금단현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담배를 끊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2012년에 이루어진 니코틴 백신 두 종류에 대한 임상 실험은 실험 대상의 30%에게만 효과를 나타내 성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니코틴 분자는 우형(right-handed version)과 좌형(left-handed version)이 존재하는데, 이 중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의 대부분은 좌형이다. 그런데 당시의 백신은 좌우형을 구분치 않고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탓에 면역반응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
이후 2015년에 스크립스 연구팀이 이러한 기존 니코틴 백신의 문제점을 개선해 좌형 니코틴에만 작용하는 백신을 개발했다. 이후 실험쥐에게 이 백신을 실험해본 결과 면역반응 유도가 크게 개선됐다는 사실을 확인됐다.
이번에 연구팀은 니코틴에 대한 면역반응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백신 속 분자들을 다른 것들로 대체함으로써 백신의 성능을 더욱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새로운 백신을 투여 받은 쥐들의 면역 반응이 매우 활발했으며 니코틴에 대해서도 ‘심하게 둔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의 논문은 ‘의약화학저널’(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 최신호에 소개됐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