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인’하면 ‘프랑스’를 떠올리던 시절은 지났다. 스페인과 미국이 프랑스를 바짝 뒤쫓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아예 프랑스의 ‘와인 제왕’ 자리를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국제와인기구(OIV)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2015년 한 해 동안 와인생산량이 가장 높은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와인 생산량은 2014년보다 10% 늘어난 약 48억 9000만ℓ로, 병으로 계산하면 65억 병 상당이다.
반면 2014년 와인생산 1위를 차지했던 프랑스는 2015년 생산량이 약 47억 4000만ℓ에 그치면서 2위로 주저앉았다. 뿐만 아니라 스페인과 미국이 근소한 차이로 그 뒤를 따르고 있어, 와인 종주국의 명성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2011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와인 생산국은 의심할 여지없이 프랑스가 차지했지만, 2011년 이후 이탈리아와 왕관을 나눠 쓰는 해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2014년 9위에 머물렀던 칠레는 2015년 생산량이 23% 급증하면서 6위로 올라섰다.
자료가 발표된 직후 프랑스 언론은 한탄을 그치지 못하고 있다. 이웃이자 경쟁 국가에게 ‘와인 제왕’의 자리를 추월당한 것에 대한 한탄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은 최근 보도에서 “프랑스는 (와인) 진열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이러한 일부 소식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프랑스의 와인 생산량이 낮아진 원인 중 하나로 좁아진 내수시장이 꼽힌다. 1960년대, 프랑스 국민 1인당 1년 평균 와인 소비량은 100ℓ에 달했지만, 2015년에는 42ℓ로 눈에 띠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국민의 와인 소비량이 줄어든 대신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의 와인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와인 시장에 변화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