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제난으로 생필품이 절대 부족한 베네수엘라에서 이젠 의약품마저 품절되고 있다.
진통제, 항생제 등이 떨어지면서 약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버렸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산드라 치아멘티.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약국이 개점휴업 상태라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아픈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아픈 사람이 먹을 약이 없어서다.
그는 최근 콜레스톨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 '로수바스타티나'라는 약을 복용하라는 처방전을 받았지만 약사인 그조차 약을 구하지 못했다. 주문을 해도 약이 공급되지 않은 탓이다.
결국 약국 4곳을 돌면서 약을 구했지만 "베네수엘라 국민의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치아멘티는 "주문하는 약을 100으로 잡으면 납품을 받는 건 20에 불과하다"며 "결국 필요한 약의 20%만 공급이 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치아멘티의 약국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베네수엘라 약사협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의약품 중 85%는 품절 상태다.
현지 언론은 "진통제 같은 일반의약품을 사기 위해 여기저기 약국을 '순례'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그래도 빈 손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다"고 보도했다.
의약품이 크게 부족하자 야권은 '인도적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응하자고 제안했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루이사나 멜로 보건부장관은 "의약품이 부족한 건 국민이 과도하게 약을 먹기 때문"이라고 황당한 주장을 펴고 있다.
현지 언론은 "약이 없어 6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약국이 문을 닫는 등 의약품 품절이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프렌사알테르나티바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