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우주 초기에는 수소와 헬륨, 그리고 미량의 리튬 이외에는 다른 원소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중심부에서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 합성됐다. 생명을 이루는데 필요한 산소와 탄소, 그리고 행성을 이루는 데 필요한 많은 무거운 원소들은 사실 별의 중심부에서 생긴 것이다.
과학자들은 최초의 1세대 별이 탄생한 것이 빅뱅 직후 4억 년 이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시 아주 무거운 별이 탄생했다가 수백만 년 이내에 초신성 폭발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주변으로 산소를 비롯해서 더 무거운 원소를 배출했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으나 130억 년 이전에 있었던 일이라 실제로 관측하기는 어려웠다.
최근 국제 천문학 연구팀은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인 알마(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를 이용해서 무려 131억 광년 떨어진 은하 SXDF-NB1006-2를 관측했다. 131억년 전의 은하라는 이야기는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데 131억 년이 걸렸다는 이야기로 사실상 131억 년 전의 우주를 관측한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에서 131억 년 전 산소 원자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양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131억 년 전 우주의 산소 농도는 현재의 10% 수준이었는데, 우주 초기에 무거운 원소가 별로 생성되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적은 양은 아니다. 동시에 연구팀은 이 은하의 원소들이 ‘재이온화’(reionization) 되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최초의 원자가 생성된 후 우주는 한동안 별이 없어 중성화 된 가스만 있는 어두운 상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별이 생성되고 여기서 나오는 에너지로 다시 재이온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초기 우주는 지구와 같은 행성을 만들 재료도 부족하고, 생명체의 원료가 되는 산소, 탄소 같은 원소도 매우 부족했다. 하지만 핵융합을 통해 서서히 무거운 원소가 농축되면서 마침내 지구와 같이 생명체가 넘치는 행성이 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131억 년의 장대한 서사시는 덧없이 짧은 인생을 지닌 인간이 이해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현대 과학은 지금 그 비밀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
사진=NAOJ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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