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망친 자폐 학생에게 보낸 선생님의 편지가 사회적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영국 세인트헬렌의 랜스배리브릿지 특수학교의 교사 클락슨이 자폐증을 갖고 있는 학생 벤 트위스트(11)에게 쓴 편지다. 다섯 살 때부터 자폐증을 앓기 시작한 벤은 올해 초 학업성취평가시험(SAT)을 치렀고 모든 과목에서 낙제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벤에게 써준 편지는 감동 그 자체였다.
"SAT시험을 성공적으로 잘 마친 것을 축하한다"고 시작한 편지에는 "시험은 너와 너의 능력 중 아주 일부분을 평가하는 수단에 불과하며, 너는 (시험이 평가할 수 없는) 수많은 능력과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동안 충분히 잘해왔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시험은 너의 예술적 재능, 팀을 꾸려 함께 협업하는 능력, 무럭무럭 성장하는 독립심, 친절함, 의견 표현력, 친구를 사귀고 잘 어울리는 능력 등을 평가하지 못할 따름'이라고 벤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조목조목 적어놓았다.
실제 랜스배리브릿지 특수학교에서 매년 SAT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정도의 학생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 특히 올해 이 시험을 치른 학생은 이 학교에서 벤이 유일했다.
벤의 엄마는 "나 역시 벤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고, 시험에 도전했다는 사실, 그리고 시험을 무사히 치렀다는 사실에 대해 무한히 자랑스럽다"면서 "이 편지는 지금까지 봤던 수많은 편지글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면서 자신의 SNS에 편지를 올렸다.
이 학교의 교장 제인 그레식은 "매년 시험을 치른 학생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긴 하지만 올해 벤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 아이가 갖고 있는 장점을 더욱 상세히 적시했다"면서 "우리 학교의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며 그들의 능력은 시험을 통해 측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