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팀 샤페코엔시 선수단이 탄 비행기의 추락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도운 10대 소년의 신원이 확인됐다.
콜롬비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구조대를 도운 소년은 사고현장에서 약 5분 떨어진 지점에 사는 조안 라미레스(15).
새벽까지 구조작업을 도운 소년 라미레스에게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크게 기였다"며 콜롬비아의 교육기관 라파스는 감사장을 수여했다.
콜롬비아 라우니온 지역의 허름한 오두막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라미레스는 비행기가 추락한 29일(현지시간) 저녁 9시45분 엄청난 굉음을 들었다.
잠자리에 들어 막 잠이 들려던 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무슨 일이지?"라며 TV를 켠 라미레스는 잠시 후 속보로 집 주변에 비행기가 추락한 사실을 알게 됐다.
라미레스는 아버지와 함께 곧바로 현장을 찾아 나섰다.
비행기가 추락한 곳은 오두막에서 도보로 약 5분 떨어진 곳이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이미 구조대가 몇 안 되는 부상자 후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라미레스가 영웅으로 떠오른 건 바로 이때다.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구조대는 풀을 베면서 길을 만들어 고속도로로 나가려고 했다.
라미레스는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가까운 길이 있다"며 안내를 맡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처음으로 구조한 게 샤페코엔시 축구선수 중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수비수 알란 러쉘이다.
현지 언론은 "구조대가 소년의 안내를 받지 못해 시간을 잡아먹었다면 알런 러쉘도 사망했을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소년은 구조대와 경차 간 연락책 역할까지 하면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사고현장을 누볐다.
라미레스는 "구조대와 함께 15m쯤 옮겼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만 사람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소년은 그러나 경찰의 의심을 받으면서 현장을 떠나야 했다. 경찰은 "사고현장을 왜 찾았느냐, 혹시 물건이라도 가져갈 생각이 아니었냐"고 라미레스를 다그쳤다.
한 구조대원이 "소년은 우리를 돕고 있다"고 경찰과 말싸움까지 벌였지만 경찰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라미레스는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년의 활약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현지 언론은 극적으로 6명이 목숨을 건진 데는 이름도 남기지 않은 10대 '소년천사'의 역할이 컸다며 라미레스를 찾아나섰다.
참사 3일 만에 신원이 확인된 라미레스는 "괜한 의심을 사면 문제가 생길까봐 집으로 돌아갔다"며 "구조대를 더 돕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