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돌고래 사냥으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 마을에 위치한 한 돌고래 체험관에서 한 무리의 돌고래가 탈출하는 소동이 있었다.
영국 BBC뉴스와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이 마을에 있는 돌고래 체험관 ‘돌핀베이스’ 측은 4일 체험관 시설의 가두리 그물이 ‘누군가’에 의해 세로로 1m 정도 찢겨져 4마리의 돌고래가 빠져나간 것을 발견했다.
돌핀베이스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빠져나간 돌고래들은 가두리 주변에서 헤엄치고 있었으며 그중 3마리의 돌고래는 스스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또 남은 한 마리는 근처에 있지만, 생전 처음 보는 가두리 입구가 무서워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앞으로 훈련을 통해 이 돌고래를 불러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설을 탈출했던 돌고래들은 병코돌고래로 나이는 3~5세 사이. 6개월 이상 해안 옆에 있는 이 시설에서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돌고래가 야생에서 포획한 것인지 인공적으로 번식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돌핀베이스 측은 “아무런 전문지식 없이 돌고래들을 위험에 노출시킨 사람들에게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일반인은 돌고래들이 그물에서 빠져나오면 멀리 헤엄쳐 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이들 돌고래는 무리를 떠나지 않으므로 멀리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돌고래 보호단체 ‘릭 오배리스 돌핀 프로젝트’(Ric O‘Barry’s Dolphin Project) 역시 성명을 통해 용의자들의 행동이 합법적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릭 오배리 대표는 “우리는 돌고래들이 갇혀 지내는 것을 반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법적인 행동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다이지 초에서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 단체는 또 “현재 다이지에서 끔찍한 방법으로 돌고래들을 포획하고 학살하는 행위를 합법적으로 감시하며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지 마을에서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돌고래 사냥을 하고 있다. 이 사실은 2009년 오스카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을 통해 공개됐고 다이지는 국제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매년 수백 마리의 돌고래와 파일럿 고래가 현지 어부들의 ‘몰아잡기’로 죽거나 수족관에 팔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 환경학자들은 물론 전 세계의 수많은 유명인사도 반대하고 비판하는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는 2015년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JAZA)의 회원 자격을 정지했다. 몰아잡기로 포획한 돌고래를 사들이는 것은 WAZA의 윤리 기준을 어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JAZA는 WAZA에서 제명되지 않기 위해 가맹 수족관과 동물원들이 몰아잡기로 잡은 돌고래를 구매하거나 수출, 판매하는데 관여하지 못 하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다이지 마을은 JAZA를 탈퇴하는 등 꼼수를 부리며 지난해 9월부터 또다시 돌고래 사냥을 강행하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