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 대중화에 앞장선 사람들이 사용한 가장 강력한 도구는 "사람은 별먼지로 만들어졌다"는 구호였다.
물론 이미 과학적인 근거에서 나온 주장이지만, 이 오랜 구호가 더욱 강력한 증거의 뒷받침을 받게 되었다고 우주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연구팀이 15만개에 이르는 별들을 조사해본 결과, 인체와 은하를 이루는 원소들은 97%가 같은 원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생명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은하의 중심부에서 더욱 광범하게 존재한다고 새 연구는 밝혔다.
지구상에 생존하는 생물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원소로, 생명의 기본 요소로 불리는 CHNOPS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을 일컫는다. 새 연구에 참여한 천문학자들은 방대한 수의 별들을 조사해 이 원소들의 목록을 작성했다.
천문학자들은 이들 각각의 원소량을 분광학을 이용해 산출해냈다. 원소들은 제각기 특정 파장의 복사를 방출한다. 따라서 별이 내는 빛의 스펙트럼을 분광기로 분석하면 그 별에 어떤 원소들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은 뉴멕시코에 있는 아파치 포인트 천문대 우주 진화 실험(APOGEE·Apache Point Observatory Galactic Evolution Experiment)의 스펙트럼 사진기를 이용했다. 이 장치는 한 번에 300개 별의 고해상도 스펙트럼을 분석할 수 있는 기기이다.
이 APOGEE는 적외선 파장을 사용하므로 은하 중심부의 먼지대를 뚫고 관측할 수 있다.
슬론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이 기기는 전자기 스펙트럼 중 근적외선 영역의 빛을 모아 프리즘처럼 분산시킨다. 그러면 그 별의 대기에 어떤 원소들이 있는지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는 "20만 개 가까운 APOGEE의 관측 대상 별들 중 일부분은 제2지구를 탐색하는 NASA 케플러 망원경의 관측 대상과 겹친다"면서 "이번에 예시된 APOGEE의 샘플 별들은 90개의 케플러 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이들은 다 암석 행성들"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을 이루는 대부분의 원소들이 다 별에서 온 것이라 해도, 그 원소의 비율은 별과 아주 다르다. 예컨대, 인체의 질량 중 65%는 산소가 차지하지만, 우주의 별이나 성운 중에 산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1%에 못 미친다.
별을 이루는 원소의 비율은 그 별이 은하의 어느 영역에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태양은 우리 은하의 나선팔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은하 중심부에 비해 산소 등 생명체의 기본 요소들인 중원소 비율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우리 은하의 수천 억 개 별들과 우리 인체의 원소들을 조사해 주요 원소량에 대한 지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인류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사실입니다."
SDSS-Ⅲ APOGEE 과학팀 의장인 제니퍼 존슨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의 얘기다. 그리고 그는 연구의 의미를 한 번 더 강조했다.
"이로써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생명에 필요한 원소들을 얻어 진화를 시작했는가를 가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