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파란 눈의 백인 아이가 태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특히 두 명의 아이가 모두 백인이라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영국 잉글랜드 버팅엄셔주 밀턴케인스 지역에 거주하는 흑인 아내 캐서린 하워스(35)와 백인 남편 리차드(37)는 지난해 3월 딸 소피아가 태어났을 때 무척 놀랐다. 소피아가 먼저 태어난 오빠처럼 하얬기 때문이다.
캐서린은 3년 전 아들 요나를 얻을 당시엔 자신이 희귀한 열성 백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둘째 아이도 완전히 백인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남편 리차드 역시 둘째 아이는 첫째보다 어두운 피부색을 지니고 태어날 것이라 여겼다.
아들 요나가 태어났을때, 캐서린은 "유전학 전문가가 ‘100만분의 1의 확률을 가진 아기’라며 아프리카계통의 산모가 백인아이를 가지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간호사가 첫 아이를 잘못넘겨줬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어 그녀는 "그러한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날 가능성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고 들었기에, 딸 소피아가 흰 피부에 파란 눈을 반짝이며 태어났을 때, 두 배의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일이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캐서린은 나이지리아의 혈통을 가지고 있으며, 가족 중에도 백인유전자를 가진 이가 없다. 오래 전을 거슬러 올라가도 그녀의 가족은 모두 흑인이었다. 그럼에도 가족 중에 백인 유전자를 가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분자유전학자 콜린 린치는 "사람들은 부부의 피부색이 섞인 아이를 가졌을거라고 상상할지 모르지만, 거기에는 100만분의 1의 확률로 백인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많은 유전자가 관련되어 있다"며 "여자의 먼 조상중에 백인 유전자가 있을 확률이 있고 '격세 유전'이라고 알려진 진화상의 회귀 때문일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는 유전자의 재결합 기회나 태아의 유리한 환경상태 등에 의해 직접 조상인 부모보다 상당히 먼 조상에게서 유전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남편 리차드는 "유전자 배열은 흥미로운 사실이지만, 아이들의 피부색은 중요하지 않다. 예쁜 아들과 딸 자체가 우리에겐 믿을 수 없는 행운이다. 아이들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