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신사임당, 빛으로 그리다, 강릉 오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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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드라마 주인공들의 핸드 프린팅이 오죽헌 내에 설치되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머나먼 고향 집은 첩첩 산 너머/ 언제나 꿈속에서 달리는 마음/ 한송정 언저리엔 외론 달 뜨고/ 경포대 앞에는 한 줄기 바람/(중략)/ 언제나 강릉 길을 다시 찾아가/때때옷 입고 슬하에서 바느질하랴'

신사임당(申師任堂·1504~1551)은 고향인 강릉을 떠나면서 한시 ‘사친(思親)’을 지어 고향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해거름, 평창 동계 올림픽 경기장 아이스 아레나가 있는 강릉 경포의 꽃샘추위는 매섭다. 그럼에도 신사임당의 자취를 느껴보고자 하는 방문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아마도 요새 인기리에 방영중인, 신사임당 일생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의 영향일 터. 신사임당과 그녀의 셋째 아들 율곡 이이(李珥·1536~1584)의 삶이 아련히 묻어있는 강릉 오죽헌(江陵 烏竹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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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곡 이이 선생의 영정을 모시기 위해 지은 사당 문성사. ‘문성’은 1624년 인조 임금이 율곡 선생에게 내린 시호다.


지금도 신사임당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분분하며, 극명하게 대조된다. 어찌되었던 분명한 것은 그녀를 부덕(婦德)과 현모양처의 전형으로 칭송하던 당시 조선 사대부의 시각을 현재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그녀의 셋째 아들인, 율곡이 당시 힘 있던 서인의 상징이자 노론의 학문적 기반이 되면서 송시열 등이 앞장서 신사임당을 조선 사대부 집안 여인의 롤모델로 고정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사임당은 한 인간으로서도 분명 뛰어난 여성이었다. 당시 기생에 의해 주도되던 여류 문학과 예술에 사대부 출신의 깊이 있는 미적 감각을 보여준 선구자였다. 특히, 그림에 있어서는 유일무이할 만큼의 독창성을 지니고 있을 정도의 천부적인 재능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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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죽헌 내에서 일반 관광객들은 무심코 지나가는 사랑채 기둥글씨인 주련. 당대 명필인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사임당의 예술적인 재능은 일찌감치 그녀의 친정 집안의 전통에서 내려온 것이다. 개방적인 성향의 외할아버지 이사온, 기묘사화(1519)의 중심이었던 조광조와 교유를 하면서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은 진보 성향의 아버지 신명화(申命和)와 온화한 성품을 지녔던 어머님의 가르침 아래 당시로는 드물게 여성으로서 성리학적 지식과 문장, 그림, 한시 등의 소양을 기를 수 있었다.

더구나 그녀 어머니의 생가이기도 한 오죽헌에서 다섯 딸 중 둘째로 나고 자란 그녀는 아들 형제가 없었기에 차별받지 않은 채 훌륭한 교육을 외가로부터 맘껏 받을 수 있었다.

또한 1522년 이원수(李元秀)와 혼인하여서도 꾸준히 친정집인 오죽헌에 머물면서 시댁의 법도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바로 이런 환경으로 인하여 신사임당은 맘껏 예술적 재능을 뽐내었고 5남 3녀라는 많은 자녀를 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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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곡기념관에는 다양한 이이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가 사용하던 붓의 복제품이다.


하지만, 출가 이후 소원해지던 남편과의 관계로 인하여 고향인 강릉과 한성부, 평창, 파주 등 각지로 이사로 다니기 시작하면서 고단한 삶을 살기 시작한다. 특히, 남편 이원수의 외도와 집안에 첩을 두는 일은 그녀로 하여금 무척이나 분노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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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임당이 남긴 그림 중 묵포도도의 복제품. 그림에 남겨진 그녀의 화풍은 대단히 천재적이며 지금의 미적감각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더구나 첩인 권씨는 주모 출신에 술주정까지 심하였기에 기품 있던 사임당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1550년 심장질환을 얻게 되었고, 이듬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아마도 홧병이었으리라.

세상을 떠나면서 남편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으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재혼하지 말 것을 요구하였지만, 남편은 첩 권씨를 본처로 맞아들인다. 계모 권씨의 패악질은 결국 이이로 하여금 금강산으로 승려가 되기 위해 떠나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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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들은 반드시 한 번 옆에 서서 찍는다는 신사임당상. 현모양처로서의 신사임당 뿐만 아니라 여류 화가로서도 그녀의 삶은 기억될 만하다.


신사임당의 본명은 문헌으로는 현재 전해 내려오지 않는다. 다만 그녀 스스로 주나라 문왕을 낳은 부인 태임(太任)을 본받는다는 의미에서 사임(師任)으로 아호를 정하였다고 한다. 또한 여성이었기에 별채를 의미하는 당(堂)을 붙여 사임당으로 지금껏 불리운다.

<오죽헌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강릉 경포대에 간다면, 경포대와 더불어.

2. 누구와 함께?

-가족 단위 여행지.

3. 가는 방법은?

-강원도 강릉시 율곡로 3139번길 24/ (033)660-3301

4. 감탄하는 점은?

-그가 남긴 그림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최근 방문객이 많이 늘었다. 해설사들이 좀 더 필요할 듯.

6. 꼭 봐야할 장소는?

-율곡기념관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현대장칼국수(645-0929), 알탕으로 유명한 해성횟집(648-4313), 고로케 가게인 바로방(646-4621), 강원도 토종 꾹저구탕집 연곡꾹저구탕(661-1494), 초당할머니순두부(652-2058). 지역번호 (033)


8. 홈페이지 주소는?

-ojukheon.gangneung.go.kr/museum/main.jsp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경포대, 선교장, 참소리 축음기 에디슨 과학 박물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사임당의 삶을 알고 보면 눈물짓게 만드는 집. 조선 사대부 주거양식으로는 원형이 잘 보존된 집. 남성 중심 사회인 조선에서 살다간 불우한 천재 화가의 집.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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