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중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류로 알려진 오랑우탄과 침팬지, 그리고 보노보와 같은 대형 유인원은 인간처럼 다른 개체가 잘못된 믿음을 가진 것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5일자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대형 유인원은 사물이 있는 곳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다른 개체를 스스로 돕는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다비드 부텔만 박사는 “유인원들이 틀린 믿음(false belief)에 대해 이해하고 다른 개체를 적절하게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이번 연구에서 생후 1년 6개월 전후의 유아를 위해 개발된 검사 방법으로, 유인원들이 다른 개체가 틀린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려 했다.
이른바 ‘틀린 믿음 과제’로 불리는 이 실험은 먼저 첫 번째 사람이 유인원이 보는 앞에서 두 상자 중 한쪽에 물건을 넣고 자리를 떠나면 두 번째 사람이 해당 물건을 상자에서 꺼내 다른 상자 속에 집어넣었다.
이후 다시 돌아온 첫 번째 사람이 물건의 위치가 바뀐 것을 몰라 처음에 자신이 물건을 집어넣었던 상자를 열었다.
반면 대조 실험에서는 첫 번째 사람이 실내에 머문 상태에서 두 번째 사람이 물건의 위치를 바꾸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독일 라이프치히동물원에서 열린 이번 연구에는 침팬지와 보노보, 그리고 오랑우탄 등 총 34마리의 대형 유인원이 참여했다.
물건의 위치가 바뀌어 첫 번째 사람이 보지 못한 틀린 믿음 실험에서는 유인원들이 우연이라기보다는 유의미하게 높은 빈도로 실제로 물건이 들어있는 상자를 정확하게 선택했다.
연구팀은 연구논문에서 “유인원들이 유아처럼 두 상자에 물건이 들어 있는지에 대해 틀린 믿음을 가진 다른 개체가 물건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연구처럼 다른 개체의 의도를 이해하는 이른바 ‘마음 읽기’(read minds) 능력은 유인원들이 갖추지 못한 것으로 여겨왔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유인원은 사회적 교류 속에서 이런 이해를 사용할 능력이 있다”고 결론 지으면서도 “앞으로 추가 연구가 진행되면 사회적 인식에 관한 대형 유인원과 인간 사이의 뚜렷한 차이는 다른 개체의 마음을 ‘읽는다’는 기본적인 능력이 아니라 어딘가 다른 부분에 있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오랑우탄 한 마리가 ‘틀린 믿음 과제’ 실험에서 첫 번째 사람이 자신이 물건을 집어넣었지만 두 번째 사람이 옮겨서 물건이 없는 처음 상자를 확인하려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다비드 부텔만 박사 /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