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하이데일리 등 현지언론은 여성 11명을 연쇄 살인한 용의자 가오청융(高承勇·53)이 살인, 강간, 강도 등의 혐의로 지난 24일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무려 29년 만에 기소된 그의 범죄 행각은 장기 미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영화화된 '살인의 추억'을 연상시킨다. 가오가 처음 살인을 저지른 것은 지난 1998년. 당시 간쑤성 성도 란저우에서 북쪽으로 60㎞ 떨어진 바이인시에 살았던 그는 23세 여성의 집에 들어가 라디오를 훔치고 살인을 저질렀다.
충격적인 점은 첫 살인을 저지른 후 희열을 느끼고 계속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다. 이후 그는 젊은 여성들 만을 골라 성폭행과 살인을 저질렀으며 피해자 중에는 8세 소녀까지 포함돼 더욱 충격을 던졌다. 특히 그는 주로 붉은 색 옷을 입은 여성을 쫓아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영화의 내용과 유사하다.
이같은 그의 범죄행각은 14년 간 지속됐으나 현지 공안은 범인을 잡지 못해 최근까지도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있었다. 그가 뒤늦게 용의선상에 오른 것은 지난해 초였다. 지난 2001년 사건 현장에 남겨진 지문과 DNA 샘플 등 증거를 바탕으로, 당시 바이인시에 살았던 남성 거주민들을 공안 당국이 일일이 대조 검사하면서 실마리가 풀린 것. 이 과정에서 사건 현장에 남겨진 증거한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가오가 특정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결국 그는 지난해 8월 처음 살인사건을 벌인 지 무려 28년 만에 공안에 체포됐으며 사건 모두를 자백했다.
간쑤성 공안 관계자는 "가오는 바이인시에서 아내와 두 아들과 사는 평범한 가장이었다"면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 저지른 살인 과정을 소상히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격이 너무나 차분하고 죄의식과 후회의 감정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