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른 익사'로 숨진 4세 텍사스 소년의 안타까운 소식이 예고된 비극을 막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콜로라도에 사는 가론 베가가 텍사스 소년의 사망 소식을 접한 덕에 2살 아들의 죽음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사연은 최근 베가의 아들 지오(2)가 저녁 내내 호흡곤란과 열, 기침 등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아빠는 상비약 정도로 치료를 하려다 얼마 전 뉴스에서 본 텍사스 소년 프랭키 델가도(4)의 사연이 번뜩 떠올랐다. 특히나 아침에 아들이 수영장을 다녀왔다는 것과 숨진 프랭키와 증상이 비슷하다는 사실에 아빠는 곧장 아이를 데리고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담당의사의 진단은 놀랍게도 지오가 마른 익사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으로 다행히 빠른 치료 덕에 건강을 찾았다. 아빠 베가는 "아들의 X-레이 사진에서 상당한 양의 물이 폐로 흘러들어간 것이 확인됐다"면서 "만약 텍사스 소년의 사망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면 큰일날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른 익사(Dry drowning)는 수영 등으로 물을 많이 삼킨 어린이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희귀 증상이다. 물놀이 중 의도치 않게 삼킨 물의 일부가 폐로 흘러들어가 뒤늦게 염증과 수축이 발생해 질식해 숨지는 것이다. 이같은 증상은 최대 48시간 이후까지도 지연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프랭키의 경우 6일이 지나 사망했다.
현지언론은 특히 숨진 프랭키 아빠의 호소가 지오의 마른 익사를 막게 된 계기로 보고 있다. 프랭키의 아빠는 인터뷰에서 “마른 익사라는 증상에 대한 무지가 아들을 죽게 만들었다”고 자책하면서 "이번 사고가 세상에 널리 알려져서 부모들에게 마른 익사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지오의 아빠는 "프랭키의 아버지에게 뭐라고 감사의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 "숨진 프랭키가 내 아들의 목숨을 살렸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물놀이 후 기침이나 복통, 무기력증, 호흡곤란 등을 호소한다면 바로 병원을 찾을 것을 권고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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