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새벽 발생한 런던 그렌펠 아파트 화재로 인한 사망 및 실종자 수가 79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가까스로 생존한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그렌펠 아파트 화재 생존자 중 일부가 런던 정부에서 제공하는 긴급 지원금 500파운드(약 72만 4200원)를 제때 받지 못했다. 이유는 지급일이었던 18일이 주말이라는 이유로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부재중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일요일이었던 18일 밤부터 그렌펠 타워 이재민들에게 긴급지원금 500파운드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필요한 옷과 음식, 필수품을 사는데 반드시 필요한 돈이었다.
하지만 일부 이재민들은 그로부터 만 하루를 더 기다려야 했다. 런던 시정부 관계자들이 주말을 맞아 집으로 돌아간 탓에 지원금 지급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더 황당한 일을 겪은 이재민들도 있다. 일부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 지정된 장소로 향했다가 공무원으로부터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화재로 신분증뿐만 아니라 집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에게 신분증 없이는 지원금 지급이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재민들은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재민의 가족인 아흐메드 마무두(43)는 데일리메일과 한 인터뷰에서 “긴급 지원금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 지원금에 가까이 갈 수 조차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재민인 내 어머니와 아들은 공무원들이 금요일에 주말을 맞아 집에 갔다는 이유로 며칠을 더 기다려서야 지원금을 받았다”면서 “그렌펠 아파트에 불법으로 살던 사람들이나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테리사 메이 총리는 긴급지원금 500파운드와 더불어 이재민들이 옷과 음식, 필수품을 살 수 있도록 총 500만 파운드(약 72억 500만원)을 긴급 재정했다고 밝혔지만, 화재가 발생한 지 12시간 만에 첫 입장을 내놓은데다 지난 15일엔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도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만나지 않는 등의 행동으로 유가족과 이재민의 원성을 한 몸에 사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