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디자이너들이 도시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까마귀의 도움으로 모으게 하는 장치 ‘크로우바’(Crowbar)를 고안해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IT 매체 더넥스트웹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담배꽁초는 가장 함부로 버리기 쉬운 쓰레기로, 네덜란드에서는 1년에 60억 개 이상의 담배꽁초가 거리에 버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담배 필터 부분은 대부분 아세테이트 섬유로 만들어져 분해되려면 몇 년이 걸린다.
두 디자이너는 담배꽁초를 회수하는 방법을 검토한 결과 ‘크로우바’라는 아이디어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까마귀를 선택한 이유는 암스테르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 중 가장 똑똑하기 때문이며, 이미 이런 까마귀에게 동전을 수집하게 하는 ‘크로우 박스’(Crow Box)라는 장치가 나와 있는 것에 영감을 받았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두 디자이너에 따르면, 크로우바는 장치 하단에 있는 깔때기 모양의 부분에 담배꽁초를 떨어뜨리면 위에 있는 트레이에서 먹이가 나오는 구조다.
까마귀들에게 크로우바 사용 방법을 학습하게 하는 과정은 먼저 트레이에 먹이와 꽁초를 둔 상태에서 먹이 위치를 기억하게 한다. 그다음 크로우바 장치가 먹이를 제공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려고 까마귀가 왔을 때 그냥 먹이가 나오게 한다.
또한 트레이는 꽁초를 깔때기에 떨어뜨릴 때만 먹이가 나오도록 작동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는 마지막 단계로 주변에 어질러져 있는 담배꽁초를 주워 깔때기에 떨어뜨리면 먹이가 나오는 것을 이해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까마귀들에게 담배꽁초를 수집하게 할 경우 까마귀들의 건강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점을 더넥스트랩 역시 지적하고 있는데 개발자들은 문제가 크다면 다른 방법을 고안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직 장치는 미완성이며, 담배꽁초와 기타 쓰레기를 식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과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물론 까마귀들이 학습에 성공할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 실험의 또 다른 목적은 담배꽁초 문제를 사람들이 의식하게 해서 개선을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대해 까마귓과 조류 전문가로 유명한 미국 워싱턴대학 교수 존 마즈러프 박사는 더넥스트랩과의 인터뷰에서 “까마귀들은 학습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렇지만 까마귀들을 노예처럼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더넥스트웹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