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ABC뉴스 등 현지언론은 새크라멘토의 시민들을 구한 5살 소년 브라이언트 모디노이아의 용감무쌍한 '영웅담'을 일제히 전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 장면은 사실 착한 어른들의 도움으로 이뤄낸 한 편의 실화다.
사연은 이렇다. 브라이언트는 안타깝게도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났다. 생후 2개월 만에 첫 심장 수술을 받았으며 올해에도 2차 수술을 받을 예정.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한 신체는 아니지만 브라이언트는 부모의 노력과 관심 덕에 미래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운 채 살고 있다.
다만 밖에서 힘차게 뛰어놀지 못하는 브라이언트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이자 일과는 닌자 영화를 보는 것이다. 아빠 저스틴은 "집에서 아들이 항상 닌자 영화를 볼 정도로 푹 빠져있다"면서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닌자처럼 발차기와 펀치를 날린다"며 웃었다.
이같은 브라이언트의 사연은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으로 유명한 현지 ‘메이크어위시 재단’(Make-A-Wish Foundation) 측에 전해졌다. 이에 새크라멘토시와 함께 브라이언트를 진짜 닌자로 만드는 특별한 날을 기획한 것이다.
이날 브라이언트의 임무는 전문가들로부터 닌자 교육을 받는 것부터 시작됐다. 발차기와 펀치를 교육받고 정식 닌자가 된 브라이언트는 곧바로 악당들에 의해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방송 뉴스를 보게 된다. 이에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한 브라이언트는 발차기로 악당을 제압하고 인질로 잡혀 있던 NBA 새크라멘토 킹스의 마스코트를 구출한다. 이어 한 강도가 중년 여성의 지갑을 훔치자 역시 브라이언트는 화려한(?) 기술로 그를 제압한다.
마지막으로 브라이언트는 악당에게 잡혀 철장에 갇힌 실제 새크라멘토 경찰서장을 구조하는 일을 맡아, 이 임무 역시 완벽히 수행하고 도시의 평화를 찾아왔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재단 측과 시의회, 경찰, 방송국, 자원봉사자 등 많은 어른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빠 저스틴은 "오늘 하루 아들이 잠시도 쉬지않고 재잘재잘 떠들만큼 너무나 행복해했다"면서 "사실 오늘 이벤트가 잘 진행될 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나타나 도왔다"며 눈물지었다.
한편 메이크어위시 재단은 소아암, 백혈병 등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국제 소원성취기관으로 우리나라에도 지부를 두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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