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우리에 갇혀서 만찬을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이들이 떠나면 남은 음식을 주워 먹으며 주린 배를 채워야 했던 곰들이 자유를 되찾았다.
서남아시아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 인근에 있는 한 레스토랑은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면서 창 밖으로 곰들을 관찰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마치 사파리 공원처럼 편안하게 곰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단위의 고객이 특히 많았다. 하지만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달리, 곰들은 최악의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미샤’, ‘다샤’라는 이름의 이 곰들은 무려 10년간 차가운 철창에 갇혀 레스토랑 손님들이 남긴 음식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려야 했다. 사람들이 즐겁게, 배부르게 먹는 모습을 허기가 진 상태에서 애처롭게 바라봐야만 했다. 게다가 철장은 비좁았고 두 곰은 철장에서 나오려고 스스로 부딪히거나 매달리는 행동을 쉬지 않았다.
미샤와 다샤가 잔뜩 굶주린 채 갇힌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은 레스토랑을 방문했던 동물보호단체 및 몇몇 손님에 의해 알려졌고 결국 전 세계에서 이 곰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최근 영국 동물보호단체 및 현지의 야생동물 보호단체가 힘을 합쳐 구조 작업에 나섰다.
검사 결과 두 마리 모두 심각한 영양실조 증상을 보이고 있었고, 철창과 부딪히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외상도 있었다. 영국 동물보호단체 측은 구조 당시 철장 내부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공개했는데, 더럽고 좁은 철장 내부에 놀라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였다.
동물보호단체는 곰들이 흥분하지 않도록 진정제를 놓은 뒤 조심스럽게 철창 내부에서 꺼냈고, 곧바로 보호구역으로 이송했다. 난생 처음 자유를 되찾은 이들은 여생을 이 보호구역에서 지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과거 소련 국가였던 아르메니아에는 곰을 포획해 기르는 전통이 있었으며, 이 전통이 변질되면서 한낱 구경거리로 전락해 학대당하는 곰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