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매운 인생을 담았다. 고추장의 재발견 - 순창 장류박물관

작성 2017.12.07 09:39 ㅣ 수정 2017.12.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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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요, 인심이 야박해서 옆집 사람이 죽어나가도 몰라요...시멘트 벽이 가로막아서 이웃 간에 정이 없어요”(만화 식객, 2화 고추장 굴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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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창 장류 박물관은 2007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 장류 테마 박물관이다


‘식객(食客)’을 그린 만화가 허영만(許英萬·69)은 식객 51화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건 ‘고추장 굴비’편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고추장이야말로 한국인의 입맛을 드러내는 원형이기 때문이다.


하긴 고추장은 된장이나 간장 등속과는 사뭇 성격이 다르다. 고추장은 그 자체로도 양념 소스가 되기도 하고, 음식이 되기도 한다. 외국에 나갈 요량이면 그래도 한두 개 정도 마지막으로 주머니에 아쉬운 대로 챙겨 가는 것은 여지없이 고추장이다.

스테이크든, 식빵이든 온갖 기름기 잘잘 흐르는 입 물리는 외국 관광지 음식에도 고추장을 바르는 순간 고향 내음이 난다. 마성의 맛이다. 미더운 맛이다. 고추장의 마을, 순창 장류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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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류 박물관에는 고추장 모형 놀이시설이 있어 어린이들도 만족할 만한 관람 공간을 제공한다


조선왕조의 국왕들 중에서 영조(英祖)는 83세로 가장 장수한 왕이자, 통치기간도 52년에 이를 정도의 건강한 왕이었다. 1768년(영조 44년)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영조는 ‘고초장(苦椒醬)’이 없으면 입맛이 돌지 않는다 할 정도로 고추장 애호가였다.

또한 다산 정약용 역시 “고추장에 파뿌리를 곁들여서 먹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고추장은 이미 조선의 사대부 입맛도 사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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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님의 수랏상이나 사대부의 밥상에 오를 고추장은 장독에 실어 수 백리길을 거쳐 한양에 실어 날랐다


이렇듯 조선시대부터 사랑받아온 고추장은 ‘전통식품 표준규격’에 의한 정의를 빌리자면 '전통적인 방법으로 성형 제조한 메주를 발효원으로 하고, 숙성 전에 고춧가루, 전분, 메줏가루, 소금 등을 혼합하여 담근 것'을 말한다.

한국 음식으로는 드물게 고추장은 된장과는 달리 2009년 7월 국제식품표준규격(CODEX)에 이미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타바스코나 스리랏차, 칠리 페퍼소스와 같은 위상으로 '고추장(Gochujang)'으로 표기마저 통일된 저력있는 세계적인 맛이기도 하다.

2014년 통계를 기준으로 장류에서 고추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1.6%로 간장 보다는 비중이 낮고, 된장 보다는 높다. 또한 국내 생산규모는 총 생산량 13만7천톤, 총 생산액 2,154억 원이며, 국내 출하규모는 총 출하량 11만4천 톤, 총 출하액 2,869억 원에 이르며 매년 15% 정도의 성장성이 높은 장류 식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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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류 박물관에는 고추장의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의 소스 문화까지 소개되어 있다


바로 이런 고추장 산업에서는 전라북도 순창 지역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지리적으로 내륙에 위치하여 섬진강을 안고 있다 보니 메주를 말리기에 아주 적합한 기후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물맛 또한 일품이어서 순창의 고추장은 다른 지역의 고추장보다는 빛깔이 곱고 장맛이 깊은 편으로 이름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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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막으로 지어진 조선시대의 고추장 옹기를 모형으로 제작하여 관람객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하기에 순창에서는 고추장을 특화한 박물관이 있다. ‘순창 장류 박물관’은 2007년도에 개관된 국내 최초, 전국 최초로 장류를 테마로 조성한 박물관으로 전통장류의 본 고장인 순창을 홍보하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이 곳에는 고추장 관련 자료 외에도 사라져 가는 향토 민속자료 및 장류관련 유물 906점을 전시하여 전통장류의 맥을 이어 가고 있으며 다양한 기획 전시를 통하여 전통문화 보존 및 계승에 핵심 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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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씨부인 권선문첩.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생활상을 소상히 알 수 있다


관람객들은 장류의 역사, 장 담그는 법, 모형을 통한 순창고추장 소개, 대형 고추 속 어린이 애니메이션 상영, 순창 초가, 장류관련 민속유품 등을 만날 수 있어 우리 역사 속 고추장의 의미를 다시금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순창 장류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순창을 들린다면, 시간이 그럼에도 좀 남는다면, 크나큰 기대없이.

2. 누구와 함께?

- 어린 자녀와 함께.

3. 가는 방법은?

- 전북 순창군 순창읍 장류로 43 / 650-1627(063)

4. 감탄하는 점은?

- 이런 테마 박물관도 있다는 점.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크게 알려져 있지도 않고, 관광객들의 발길도 뜸한 편.

6. 꼭 봐야할 장소는?

- 고추장의 역사에 대한 찬찬한 이해.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순창전통순대집’(653-3976), 매운탕 ‘농가맛집 장구목’(653-3917), 한정식 ‘옥천골’(653-1008), 비빔국수 ‘강천풍경식당’(652-2620) /지역번호 063

8. 홈페이지 주소는?

- tour.sunchang.g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녹두장군 전봉준관, 전라북도 산림박물관, 가인 김병로선생 생가터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순창이라는 고추장 브랜드에 맞춘 테마형 전시관. 그리 큰 기대없이 둘러본다면 나름 의미있는 박물관. 박물관 뒤편에 도자기 제작 체험도 할 수 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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