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을 해로한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세상을 떠난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사연이 전했다.
최근 미국 타임지 등 현지언론은 죽음까지도 함께한 찰리(87)와 프랜시 에머릭(88) 부부의 러브스토리를 전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살았던 부부는 지난해 4월 20일(현지시간) 손을 잡고 함께 존엄사를 택했다. 미국 내에서 큰 논란이 있으나 오리건 주의 경우 지난 1997년 부터 존엄사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부부의 러브스토리는 지난 1947년 시작됐다. 당시 대학 신입생이었던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져 결국 1951년 결혼했다. 남편 찰리는 해군 군의관으로, 부인 프랜시는 가정주부로 살며 부부는 슬하에 3명의 딸을 둔 행복한 가정을 일궜다.
이렇게 66년을 해로했던 부부에게 이별의 시간이 찾아온 것은 지난해 초다. 남편은 심장병과 전립선암으로, 부인은 심장병으로 생명이 채 6개월도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은 것. 그러나 부부는 손을 잡고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택했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함께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부부는 자식들의 눈물 속에 독극물에 의한 방식으로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부부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진 것은 당시의 상황을 담았던 다큐멘터리가 공개되면서다. 딸들이 담아낸 영상에는 부부의 생전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장녀 제릴린은 "부모님은 최고의 친구이자 부부였다"면서 "부모님은 생전은 물론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하나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마지막 순간까지 아빠는 엄마의 눈이었고, 엄마는 아빠의 귀였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