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게 부끄러웠던 것일까, 자연의 얄궂은 장난이었던 것일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웅장한 자연붕괴를 시작했다. 페리토 모레노엔 수천 관광객이 몰렸지만 '얼음 예술'로 불리는 붕괴를 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약을 올리듯 붕괴가 예측시간을 살짝 비껴난 탓이다.
페리토 모레노의 빙하 붕괴가 예고된 건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이다. 페리토 모레노 국립공원은 빙하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걸 확인했다. 매번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붕괴되기 전 포착되는 신호탄 현상이다.
공원 측은 "지난 수주간 부분적인 붕괴가 있었던 점에 비추어볼 때 메인 붕괴가 임박한 게 분명하다"면서 그 시기를 12일로 예상했다.
붕괴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페리토 모레노 빙하공원엔 관광객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현지 언론은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이 최소한 70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페리토 모레노 국립공원은 당장 11일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물론 D데이는 12일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이 자연에겐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메인 붕괴는 11일 밤 10시40분쯤 발생했다. 공원이 문을 닫는 시간대라 지켜보는 관광객은 단 1명도 없었다.
빙하에서 얼음이 쩍쩍 갈라지며 떨어져나가는 '얼음 예술'은 철저한 비공개로 진행된 셈이다.
관광객들은 땅을 쳤다. 소식을 듣고 브라질에서 건너왔다는 한 관광객은 "작정하고 달려 왔는데 장관을 놓쳐버려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페리토 모레노는 남극과 북극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 큰 얼음 왕국이다. 높이 60m, 길이 30㎞ 규모의 빙하 면적은 무려 250km2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맞먹는다.
사진=크로니카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