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
봄은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가 아름답다는 옛말이 전해질 정도로, 충청남도 공주에 위치한 마곡사는 충청도 근역에서는 단연 최고의 풍광을 지니고 있는 사찰이다.
해발 417m의 태화산 깊숙이 들어앉은 마곡사는 물살 넉넉히 흐르는 마곡천을 대웅보전 바로 옆에 끼고 있는 가람배치가 무척이나 특이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한여름 녹음 우거진 사찰 옆 개울물소리는 풍경소리와 어우러져 참배객들의 없던 불심(?)도 끌어낼 만큼 매력적이다.
바로 이 마곡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 의해 보존되어야 할 세계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으로 지난 6월 30일에 등재되었다.
그동안 정부는 공주 마곡사와 더불어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를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 등재에 힘을 쏟아 왔었다.
이중 공주에 위치한 마곡사는 이번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다른 여섯 사찰들에 비하여 그동안 대중의 관심을 덜 받아온 사찰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마곡사가 자리 잡은 마곡천 일대는 <정감록>이나 <택리지>에도 몸을 보전할 땅 10군데, 즉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한 곳으로 선정될 정도의 심산유곡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은 물론 국군도 들어오지 못했다는 말도 내려올 정도이니 은둔의 사찰로서는 제 격인 셈이다.
마곡사는 이런 지리적 연유로 인하여 독특한 이력들을 지니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백범 김구 선생(1876-1949)과의 인연이다. 1896년 치하포 사건으로 인천감리서 옥사에 갇혔던 백범은 1898년 3월에 탈옥, 가까스로 도착한 곳이 이곳 마곡사였다. 하은당 스님의 상좌가 된 백범은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을 받아 승려로 1년여를 지냈는 데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거처가 백범당이라는 이름으로 대광보전 왼편에 소박하게 자리잡아 있다.
마곡사의 연원은 꽤 깊은 편이다. 640년, 중국에서 돌아온 자장율사가 선덕여왕으로부터 토지 200결을 받아 마곡사를 창건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1172년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다시금 대규모 불사를 벌여 중창하였는데, 세조가 친히 영산전 현판을 친필로 남기기도 하였다. 임진왜란 당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었다가 1651년 현재의 대웅전, 영산전, 대적광전 등을 중건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마곡사에는 보물 제801호로 지정된 대웅보전, 보물 제802호인 목조 건물 대광보전, 보물 제 799호로 높이 8.7m 오층석탑이 사찰 중앙에 모여 있어 사찰의 깊이를 더해 준다. 특히 오층석탑은 상륜부가 라마탑 형식의 청동도금제로 만들어진 한국 유일의 탑이기도 하다.
무더위가 가시지 않는 여름 한 낮, 마곡천 시원한 냇가 그늘 옆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마곡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의 수준, 방문 추천!
2. 누구와 함께?
- 가족, 친목회
3. 가는 방법은?
- 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
- 공주버스터미널에서 마곡사까지 770번 버스 종점 하차. 40분 소요
4. 감탄하는 점은?
- 마곡천과 어우러진 경내의 가람배치, 울창한 녹음.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 관람객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대웅보전, 대광보전, 마곡천, 백범당.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짬뽕 ‘동해원본점’, ‘명성불고기’, ‘황해도전통손만두국’, 어죽 ‘어가명가’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magoksa.or.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공산성, 국립공주박물관, 송산리 고분군, 갑사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역사로 인하여 유명 사찰이 지니는 분주함은 없는 편이다. 더운 여름, 마곡천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냇가 바람을.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