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이 없는 글라이더 비행기가 역대 최고 고도 비행에 성공했다. 에어버스가 개발을 지원하는 퍼를란 2(perlan 2)가 그 주인공으로 이달 초인 지난 2일 고도 2만3203m에 도달해 지난 1989년 미국의 고고도 정찰기인 U-2가 세운 2만2475m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퍼를란 2는 날개 너비 25.5m에 무게 816kg의 초경량 글라이더로 내부 공간은 매우 좁지만 두 명이 탑승할 수 있다. 이 글라이더는 일반 항공기로 견인해 이륙한 다음 상승 기류를 타고 비행고도를 올려 성층권 높이인 27km까지 비행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고도에서 대기의 성질과 바람의 속도 등 기상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거나 다른 과학적 연구가 가능하다.
퍼를란 2는 오랜 시간에 걸친 글라이더 연구의 결과물로 전작인 퍼를란 1의 경우 2006년에 1만5000m 고도 비행에 성공했다. 퍼를란 2는 2017년 1만8000m 이상 고도 비행에 성공한 이후 올해 점점 고도를 높여 27km 고도 목표에 상당히 근접했다. 파일럿인 짐 페인과 팀 가드너는 무동력 비행기로 역대 최고 높이로 비행한 사람으로 기록됐다.
물론 퍼를란 2는 글라이더이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가장 큰 단점은 동력 비행기처럼 언제 어디서든 비행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위로 향하는 강한 바람을 탈 수 있는 장소에서만 이런 고고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한 바람이 높은 산에 가로막혀 위로 올라가는 상승 기류인 성층권 산악파(stratospheric mountain waves)가 그것이다.
하지만 경량 무동력 글라이더인 만큼 견인할 때 이외에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 매우 에너지 효율이 높고 구조가 단순해 저렴한 비용으로 성층권을 비행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이번 비행 성공으로 앞으로 성층권 글라이더 비행의 꿈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