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한 남성이 아내와 짜고 자신이 죽은 것처럼 위장해 SNS에 사진을 올리고 친구들과 동료들은 물론 가족과 친척들에게까지도 돈을 요구한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 비난을 샀던 사연이 최근 인터넷상에서 다시 화제에 올랐다.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타차윗 잔기우라는 이름의 한 태국 남성의 페이스북에는 그가 바닥에 누워 눈을 감은 채 양쪽 콧구멍에 솜이 집어넣어져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게재됐다.
이는 그의 아내가 올린 것으로 그녀는 “남편의 페이스북을 비활성화하기 전의 마지막 사진”이라고 밝혔다. 또한 남편을 향해 “사랑한다”는 글도 남겼다.
그러자 페이스북상 그의 친구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해 보였던 그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몇몇 친구와 동료는 타차윗의 아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고 질문했고, 아내는 “사실 남편은 오랫동안 암과 천식을 앓았는데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고 답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이어지자 아내는 “단지 건강한 척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돌연사 소식은 순식간에 가족과 친천들에게도 퍼졌고 그의 집에는 전화가 이어졌고 페이스북에는 돕고 싶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자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 모두에게 장례비용과 조의금을 요구한 것이다.
또한 아내는 타차윗의 어머니 즉 자신의 시어머니에게도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돈을 요구했다. 슬픔에 빠진 어머니는 즉시 2만 밧(약 68만 원)을 마련해 며느리에게 보냈다. 이는 관을 사서 시신을 시댁으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었다.
어머니는 지역 사찰에 연락해 장례 일정을 정하는 등 필요한 모든 준비를 도맡았다.
어머니는 “며느리가 전화해서 내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돈이 없어 장례 준비를 할 수 없다고 해서 그날 중에 난 돈을 보냈다”고 말했다.
다음날 타차윗의 시신은 어머니가 사는 곳으로 운구돼 친인척들은 마지막 작별을 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시신이 오지 않는 것이다. 장례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탓에 사촌 한 사람이 아내에게 전화해 왜 아직 안 오느냐고 물으려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화를 받은 사람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타차윗이었던 것이다.
타차윗은 자기 실수를 금세 알아채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사람들은 이들 부부의 사기행각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 때문에 타차윗의 장례식은 취소됐고 위약금으로 6만 밧(약 206만 원)을 버리게 됐다. 어머니는 차마 신고하지 못하고 아들 부부와 완전히 인연을 끊기로 했다.
이같은 사건이 현지 방송을 통해 뉴스로 전해지자 그의 동료나 친구들은 기회를 놓칠세라 줄줄이 그의 거짓말과 탐욕스러운 생활을 폭로했다.
그중에는 와릿이라는 오랜 동료가 밝힌 내용은 방송에 또다시 보도되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예전에 다른 동료가 상당한 돈을 절에 기부하려고 했는데 타차윗이 이를 알고 돈이 든 지갑을 훔쳤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악행이 드러나도 침묵을 고수하고 있지만 친구와 친척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직 그가 고소당했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한 저명한 현지 변호사는 그와 그의 아내는 16만 밧(약 55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10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양쪽 모두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타차윗이 자신의 가짜 시신 사진을 페이스북에서 삭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한 짓을 후회하듯 아내가 게시한 첫 번째 글을 “형편없어 미안하다”는 말로 바꿔놨다.
사진=타차윗 잔기우/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