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는 놀라운 생물체다. 인간의 눈에 작은 점처럼 보이는 곤충이지만, 유리컵 안쪽처럼 좁은 공간에서도 복잡한 3차원 비행이 가능하며 위험을 회피하고 먹이를 찾는 능력이 뛰어나다. 보통 사람들은 과일이나 음식물 쓰레기에 이끌려 집안으로 들어오는 성가신 작은 파리로 생각하지만, 과학자들은 초파리의 놀라운 능력에 매료되어 이 생물을 오래전부터 연구했다. 작은 크기지만, 대신 키우기가 쉽고 세대가 짧아 유전학을 포함한 여러 과학 연구에 적합한 생물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딕킨슨 칼텍 교수와 그 동료들은 초파리가 사막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놀라운 방향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초파리는 모하비 사막처럼 극한적인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구분이 어려운 비슷한 지형을 지닌 사막에서도 초파리는 길을 잃지 않고 정확하게 물과 먹이가 있는 장소로 날아갈 수 있다. 연구팀은 초파리가 몇몇 곤충과 비슷하게 태양을 기준으로 방향을 알아낸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초파리를 암실에 가두고 여러 개의 빛과 가상 현실을 보여주면서 실험을 진행했다. 특히 햇빛을 시뮬레이션한 강한 빛을 보여줬을 때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 초파리는 가짜 햇빛에 반응해 방향을 알아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초파리의 작은 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신경 세포가 이를 감지하는지 밝혀냈다. 이 신경 세포를 파괴한 경우 초파리는 그냥 강한 빛을 따라서 움직일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초파리는 햇빛을 이용해서 방향을 알아낼 수 있으며 이 신호를 처리하는 특화된 신경 세포를 지녔다.
하지만 연구팀은 여기서 끝이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의 방향은 많은 생물들이 표지로 사용하는 유용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정확한 거리와 방향을 측정하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더 복잡한 생체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연구 과제인 셈이다.
초파리의 뇌는 매우 작고 단순하지만, 인간이 만든 어떤 로봇보다 복잡한 일을 수행할 수 있다. 그 비밀을 밝히는 것은 현대 과학이 도전하는 가장 큰 미스터리인 뇌의 비밀을 밝힐 뿐 아니라 더 정교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줄지 모른다. 앞으로도 이 작고 놀라운 곤충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