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녠슈어(少年说)’는 전국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평소 공개하고 싶었던 일화와 청소년으로서 겪는 불편함 등을 허심탄회하게 소개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전국적인 인기를 얻은 해당 프로그램은 올해로 세 번째 시리즈까지 제작, 망고TV 등 인터넷 방송 시스템을 통해 중국 전역에 동시 방영되고 있다.
화제가 된 리 군의 사연은 지난 16일 방영, 영상 속에 등장한 리 군은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어떤 일을 하든지 무관하게 모든 사람은 존중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입을 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리 군의 어머니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현재 중국의 배달 음식 전문 택배업체인 와이마이(外卖) 소속 배달원으로 일해오고 있다.
이 군은 배달원으로 일하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항상 늦은 밤까지 열심히 일하는 전문 배달원’이라고 지칭,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어머니를 상대하는 고객들 중 일부는 배달원이라는 직업을 존중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막무가내로 어머니의 배달 업무에 대해 비난하거나 비난의 내용이 담긴 글을 배달 업체 온라인 홈페이지에 남기는 등의 방식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고객이 있다”면서 “어떤 고객은 비가 오는 날 배달 시간이 조금 늦어졌다는 이유로 어머니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실제로 중국의 택배 업체에서는 배달원의 주문 후 상품 도착까지의 시간을 측정, 예상한 도착 시간보다 길어질 경우에 대해 배달원 감점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또, 해당 업체 홈페이지 내에는 고용된 배달원에 대해 고객의 사용 후기를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해당 고객들의 후기는 곧장 배달원의 다음 달 월급과 연동, 월평균 최대 7건 이상의 악성 댓글이 게재된 배달원은 1000위안(약 17만 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 받게 되는 형식이다.
이 같은 배달 업체의 운영 방침 탓에 택배 업무를 맡은 배달원들은 눈,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예상 도착 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오토바이 고속 운전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군은 배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저는 여러분 모두가 우리 어머니와 같은 사람들에게 좀 더 호의를 베풀어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면서 “고객들이 자신의 현관문을 열고 마주한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아버지가 그토록 끔찍하게 아끼는 여자이자, 내게는 하나 뿐인 어머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고객의 폭언에도 불구하고 우리 어머니는 자신의 업무와 그로 인해 나를 교육 시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저 역시 소수의 고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현장에 있던 청중들은 박수와 함께 눈물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당시 제작 현장에 함께 참여했던 이 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나의 직업을 싫어하고 부끄러워할 줄만 알았다”면서 “아들의 말을 들으면서 내 일에 대해서 앞으로 더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들이 부족한 나로 인해서 너무 이른 나이에 철이 든 것은 아닌 지 마음 한 구석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이 방영된 이후 온라인 상에서는 ‘우리 사회가 직업의 귀천 구별 없이 모두를 존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에는 이 군의 출연을 게재한 글에 대해 약 1억건의 뷰를 기록, 그의 발언에 대해 약 2만 8000건의 댓글이 게재됐다.
네티즌들은 “동네를 청소해주시는 환경 미화원이나 물건을 배달해주시는 택배 기사님들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업무를 담당해주고 있다”면서 “이들의 업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지 그 기여도를 기억해야 할 때”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이 군의 발언을 들으면서 그가 얼마나 우수한 학생이고, 아들인지를 알게 됐다”면서 “그만큼 그의 부모님에 의한 가정 교육이 훌륭했다는 반증이다.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준 이 군의 발언처럼, 우리 사회의 모든 직업은 귀천의 구별없이 존중 받을 만 하다”고 적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