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100m의 시추공에 빠진 뒤 온 국민의 구조 염원을 받았던 스페인 2세 아이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수 백 명의 시민들이 장례식장에 집결해 아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스페인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훌렌 로셀로(2)라는 이름의 남자아기는 스페인 남부 말라가의 토탈란 인근 산으로 가족과 여행을 떠났다가 100m 깊이의 시추공(지하자원 탐사 또는 지질조사를 위해 뚫은 구멍) 아래로 추락했다.
당시 로셀로가 빠진 구멍은 너비가 25㎝에 불과해 성인이 들어가 구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보도에 따르면 이 구멍은 사고가 발생하기 한달 전 수맥 탐사 작업 중 뚫은 것으로, 이후 안전 조치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구조 당국은 실종 신고 접수 하루 뒤인 14일, 훌렌이 실종될 당시 들고 있었던 컵과 사탕 봉지를 이 구멍에서 발견했고, 16일에는 시추공 깊은 곳에서 찾아낸 머리카락에서 훌렌의 유전자(DNA)를 확인했다.
당시 구조 당국은 시추공 바닥에 가장 빨리 닿을 수 있는 방법은 ‘수직갱도’ 방식을 이용한 구조작업에 착수했고, 이 사고는 스페인 전 국민의 관심과 안타까움을 한 몸에 받았다.
사고 지점 주변에는 ‘훌렌 힘내’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리는 등 국민들의 응원이 이어졌고, 마을 주민들 역시 소년과 부모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 특히 홀렌의 부모가 2017년 홀렌의 형인 세 살짜리 아들을 갑작스런 병으로 잃은 아픈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 가족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져 갔다.
지난 2010년 칠레에서 광산 붕괴로 매몰된 33인의 광부를 69일 만에 구조하는 작업을 도왔던 스웨덴 구조회사와 오스트리아 구조 전문팀이 훌렌을 구조하는 작업을 지원했지만, 현지 시간으로 26일 새벽 1시 25분, 홀렌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실을 발표하던 구조 당국의 대변인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홀렌은 시추공 내부를 수색하던 구조대원 1명과 광부 2명에 의해 발견됐다. 홀렌은 이날 새벽 4시경, 차가운 시신으로 부모의 품에 돌아왔다.
홀렌의 어머니는 차가워진 홀렌을 품에 안은 채 무려 3시간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홀렌의 장례식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문상객들로 가득찼다. 남부 말라가의 한 교회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홀렌의 가족뿐만 아니라 일면식도 없었지만 홀렌의 생환을 기도했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아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홀렌의 부모는 “우리는 대가족을 꿈꿨었다”면서 “이제는 홀렌이 하늘나라에 가서 자신의 형과 만나길 기원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