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이 비밀을 풀기 위해 여러 센서와 카메라를 장착한 벌집을 이용해서 기온에 따른 꿀벌의 행동을 연구했다. 뜨거운 여름날 수많은 꿀벌과 애벌레가 움직이는 벌집 안은 외부보다 더 뜨거워진다. 따라서 이 열기를 빨리 배출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애벌레는 모두 죽게 된다. 그래서 꿀벌들은 살아 있는 냉각팬이 되어 뜨거운 열기를 밖으로 배출한다. 일단 뜨거운 공기가 밖으로 나가면 상대적으로 차가운 외부 공기가 자연적으로 흡입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수많은 벌이 중앙의 통제도 없이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연구팀은 2017년 무더운 여름에 진행된 실험에서 꿀벌들이 매우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꿀벌들은 각기 온도에 대한 감수성이 달라서 온도를 낮추기 위해 날갯짓을 시작하는 온도가 달랐다. 따라서 온도가 낮을 때는 적은 수의 개체만 날갯짓을 하지만, 온도가 높으면 많은 개체가 여기에 동참해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조절했다.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냉각을 위해 벌집의 출입구는 물론 뜨거운 지역에 집중적으로 모여 공기를 내보내기 때문에 온도가 위험한 수준으로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론 흰개미의 자연 공기 순환 방식과 비교해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꿀벌의 방식은 단점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주로 높은 장소에 벌집을 짓는 벌의 경우 흰개미 탑 같은 형태로 건설이 어렵기 때문에 나름의 해답을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여름철에도 수많은 벌이 날아다닌다는 점에서 입증된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냉방 방법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꿀벌 역시 흰개미만큼 놀라운 사회적 곤충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