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 주 출신 로리 오코너(23)는 팔이 없는 장애인이지만 축구팀에서 뛰거나 국제 수영대회에 출전하는 등 운동선수로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산책 중 정체불명의 행인에게 위협을 받았고 이때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칼을 소지하기 시작했다. 아들이 무기를 들고 다니는 게 걱정스러웠던 아버지 매튜 로버츠는 로리에게 칼을 들고 다니지 말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잔뜩 예민해진 로리는 반발했고 아버지 매튜 역시 흥분해 청소기 튜브로 아들의 가슴을 가격했다. 로리는 즉각 발가락 사이에 가위를 끼어 아버지의 복부를 찔러 중상을 입혔다.
로리는 아버지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구금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매튜는 재판에서 오히려 아들의 심신미약을 강조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구했다. 매튜는 “아들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지금까지 불굴의 의지로 힘든 인생을 극복해왔다”면서 “아들의 삶이 불행해지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내 관심사는 오로지 아들의 건강과 안전이며, 이번 일로 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튜는 아들 로리의 삶을 지지하며, 그를 돕는데 평생을 바칠 생각이라고 판사에게 읍소했다.
재판부는 로리가 그간 성실하게 운동에 임하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점, 묻지마 폭력으로 신변에 위협을 느껴 예민해진 점, 매튜 역시 로리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한 점, 또 매튜가 중상을 입었으나 목숨에 지장이 없는 점 등을 들어 1년간의 재활치료와 100시간의 자원봉사를 명령했다. 아버지의 절절한 호소 속에 감옥살이를 면한 로리는 3개월 남짓의 구금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웨일스 지역 사회에서는 살인미수나 다름 없는 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며 재판부의 선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