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7월, 에티오피아 바히르 다르의 한 병원에 여성 환자가 실려 왔다. 복통과 구토에 시달리던 이 여성은 호흡곤란을 호소하더니 이윽고 정신을 잃었다. 의료진은 이 환자가 4.5ℓ에 달하는 엄청난 출혈로 쇼크에 빠진 사실을 알아차렸고 뜻밖에도 이것이 자궁 외 임신 때문임을 밝혀냈다.
자궁 외 임신은 말 그대로 자궁이 아닌 다른 위치에 수정란이 착상된 상태를 말한다. 주로 난관에서 자궁 밖 임신이 발견되는데 이 여성은 특이하게도 자궁경관에 임신이 된 케이스였다. 자궁경관 임신의 빈도는 0.7%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더군다나 이 여성은 지난 2010년 수술로 자궁을 제거하고 오른쪽 난소와 나팔관 역시 없는 상태였다.
병원 측은 자궁경관 임신도 드물지만 자궁을 제거한 여성이 임신하는 사례는 더욱더 드물다고 밝혔다. 학계에 따르면 이와 같은 사례는 지금까지 보고된 것도 72건에 불과하다.
병원에 실려 왔을 당시 이 환자는 임신 13주 차였으며 태아는 이미 죽어 있었다. 긴급 수술을 받은 여성은 다행히 목숨을 건져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자는 “자궁을 제거한 데다 생리도 없어 당연히 임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피임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에티오피아에서 자궁경관 임신이 보고된 것은 1968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자 국내 의료사를 통틀어 3번째 사례”라고 덧붙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