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대규모 방사선 누출 사고나 방사선 항암 치료를 받는 경우 본인도 원치 않게 고용량의 방사능에 노출된다. 전자는 매우 드문 일이지만, 후자는 드물지 않은 데다 앞으로 누구도 안 겪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환자의 상태와 병변을 고려해 적절한 보호 조치가 취해지지만, 방사선 피폭에 따른 합병증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스페인 국립 중앙 암 연구소(Centro Nacional de Investigaciones Oncológicas)는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URI(unconventional prefoldin RPB5 interactor)라는 물질을 연구했다.
많은 양의 방사선 피폭을 받는 경우 세포 분열 속도가 빠른 장 점막 세포는 심한 손상을 입게 된다. 위장관 증후군(gastrointestinal syndrome)은 방사선 피폭의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그런데 과거 연구에서 URI 농도가 높은 경우 손상이 덜하다는 보고가 있었다. 연구팀은 유전자를 조작한 쥐를 이용해 URI가 높게 발현된 그룹과 정상 대조군, 그리고 아예 URI가 없는 동물 모델을 만들고 방사선에 견디는 능력을 실제로 검증했다.
연구 결과 예상대로 URI가 높게 발현된 쥐는 고용량 방사선 피폭에서 모두 살아남았다. 하지만 정상 대조군과 URI가 없는 쥐는 각각 70%와 100%의 사망률을 보였다.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암 유전자인 c-MYC이 이 과정에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냈다. 보통 세포는 분열할 때 방사선에 가장 취약한데, URI가 세포 분열을 촉진하는 c-MYC의 역할을 막아 방사선에 대한 내성을 높이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물질을 응용해 항암 방사선 치료에서 환자의 부작용을 줄이고 더 강한 방사선 치료에도 견딜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물론 예기치 않은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에서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방사능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여기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책 역시 필요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