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중고휴대전화 매매업을 하고 있는 이씨는 2018년 5월, 데이트앱을 통해 미국에 사는 데번 클렉(22)이라는 여성을 알게 됐다. 영어는 서툴렀지만 이씨는 3개월 간 매일같이 클렉과 연락을 주고 받았고, 같은 해 8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씨는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방송에서도 밝혔지만, 미국으로 가기 전 사실 좀 무서웠다. 장기밀매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클렉에 대한 믿음 하나로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까지 간 이씨는 2주간 그곳에 머물며 클렉과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귀국 이틀 전, 클렉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90일의 약혼’에 출연한 클렉은 “지훈은 예정대로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를 다시 못 보면 어쩌나 걱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씨는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두 사람은 약혼에 이르렀다. 이씨는 “처음에는 물론 놀랐지만 워낙 무덤덤한 성격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부모님은 조금 달랐다. 여행에서 돌아온 아들이 하룻밤을 보낸 미국인 여성과 약혼을 하겠다고 하니 놀랄만도 했다. 더군다나 싱글맘인 데번에게 3살 된 딸이 있는 것도 마음에 걸려 하는 눈치였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클렉을 본 부모님이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진 않았다”고 밝혔다. 데번 역시 “한국에서 부모의 축복은 결혼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안다”며 이씨의 부모님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방송이 나가자 현지에서는 클렉이 이씨와의 결혼을 승낙했는지, 또 그녀가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것인지, 5월에 태어난 두 사람의 아기는 어떤지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이씨는 “아직 방송되지 않은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밝힐 수 없지만 잘 지내고 있다”며 앞으로의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온라인으로 만난 여성을 만나기 위해 미국까지 건너간 한국인 남성. 그리고 그와의 하룻밤 끝에 임신을 한 미국인 여성. 사고처럼 만나 아이까지 가진 한국인 남성과 미국인 여성이 언어의 장벽은 물론 9443km라는 거리의 장벽을 넘어 결혼에 골인할 수 있을지, 또 두 사람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은 돌릴 수 있을지, 클렉의 어린 딸 드라실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이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매주 월요일 오후 9시(현지시간) TLC에서 만나볼 수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