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열린 데포르티보 라파스데만타와 클럽 카를로스 보레보르레예스 경기에서 제기된 의혹이다.
리그가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선두권의 윤곽은 대체로 드러난 상태. 데포르티보 라파스데만타는 골득실차에서 밀려 1부 리그 진출의 꿈을 접어야 할 판이었다. 꿈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선 클럽 카를로스 보레보르레예스 경기에서 최소한 17대0으로 이겨야 했다. 기적이 없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스코어다.
하지만 경기에선 진짜 기적이 일어났다. 데포르티보 라파스데만타는 90분 동안 무려 25골을 넣으며 25대0 역사적 대승을 거뒀다. 골득실차에서 단번에 앞서면서 1부 리그 진출의 꿈을 살려냈다.
하지만 경기는 이내 승부 조작설에 휘말렸다. 알고 보니 대패한 클럽 카를로스 보레보르레예스는 이날 경기에 선수 14명만 데려갔다. 그나마 골키퍼는 단 1명뿐이었다.
경기에선 클럽 카를로스 보레보르레예스의 선수 4명이 퇴장을 당했다. 골키퍼도 퇴장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대체할 골키퍼가 없어 수비수가 골키퍼로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뚜렷한 공격찬스에선 결정적인 실수를 되풀이했다. 누가 봐도 '친절한 져주기' 경기였다.
의혹이 제기되자 에콰도르 축구연맹은 정식으로 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관계자는 "국가대표팀과 유소년팀 사이에서도 나오기 힘든 스코어가 프로축구에서 나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승부조작이 의심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에콰도르 부정부패근절위원회는 "가장 공정해야 할 스포츠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며 엄중한 수사를 약속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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