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템스강에 모습을 드러낸 지 이틀 만에 숨진 혹등고래가 뭍으로 옮겨졌다. 데일리메일 등은 9일(현지시간) 템스강 혹등고래의 사체 인양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템스강 다트포드 다리 인근에서 처음 목격된 혹등고래는 이틀 만인 8일 오후 5시쯤 물 위로 떠올랐다. 현지 해양생물보호단체는 “온종일 템스강에서 보이지 않던 혹등고래가 켄트주 그린히스 지역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라고 밝혔다.
9일 오전 런던 당국은 사체 인양 작업에 돌입했으며, 관공서 보트 2척과 영국왕립구조보트협회(RNLI) 보트 1척을 동원해 약 4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고래를 뭍으로 끌어냈다. 끌어낸 사체는 런던동물학회로 이송했다.
숨진 고래는 약 10m 길이의 새끼 암컷 혹등고래로, 어떤 경로로 템스강에 흘러들어왔는지, 또 어떤 이유로 사망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사체에서 대형 선박에 부딪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상흔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래를 관찰한 런던동물학회 롭 디빌은 “사체는 새끼 암컷 혹등고래로 확인됐으며, 몸에서 선박과 충돌하면서 입은 상처가 발견됐다. 다만 선박과의 충돌 시점은 특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새끼 고래가 선박과 충돌한 뒤 숨을 거뒀는지 아니면 죽고난 뒤 선박에 부딪혔는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선박 충돌 다음으로 유력한 사인은 영양실조다. 고래연구재단 오르카(ORCA)의 책임과학자 루시 바베이는 “고래가 충분한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방향감각을 상실해 템스강으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했다.
바베이 박사는 “사진상으로 볼 때 고래는 이미 영양실조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템스강으로 유입되지 않았더라도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래가 왜 먹이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는지는 부검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템스강에서는 2006년에도 북방병코코래 한 마리가 포착된 적이 있다. 당시 런던 당국은 구조대를 투입해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작업을 시행했으나, 고래는 작업 도중 숨을 거두고 말았다. 2009년에도 굶어 죽은 혹등고래 사체가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난해에는 흰고래 한 마리가 템스강으로 흘러들어왔는데,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 고래는 얼마 후 바다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