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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잼 사이언스] 공룡 멸종 후 폭풍 성장…신생대 초기 포유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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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시오프티쿠스 코악타투스(Carsioptychus coarctatus)의 복원도. Jellyfish Pictures/HHMI Tangled Bank Studios
6600만 년 전 지구를 강타한 지름 10㎞ 정도 크기의 소행성은 지구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했다. 소수의 생존자가 재건한 지구 생태계는 이전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 사건을 경계로 신생대와 중생대를 나눴다. 신생대 초기에 일어난 가장 극적인 사건은 중생대에 대부분 생물이었던 포유류의 급격한 성장이다.

사실 포유류의 먼 조상인 수궁류는 이미 고생대 말인 페름기에 등장했으며 곰이나 들소처럼 거대한 크기로 진화했다. 하지만 중생대 쥐라기 이후 등장한 포유류 후손들은 대부분 작은 크기로 쥐와 비슷한 크기였다. 비록 중생대에 포유류가 다양하게 진화해 현재 포유류의 특징을 대부분 갖추긴 했지만, 백악기 말까지 가장 큰 것도 8㎏을 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보다 큰 육상 동물의 생태학적 지위를 공룡이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생대 지상을 지배한 대형 동물은 대부분 공룡이었다. 하지만 6600만 년 전 대멸종으로 인해 비조류 공룡(non-avian dinosaur)이 모두 사라지자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미국 덴버 자연사 박물관 타일러 라이슨이 이끄는 연구팀은 콜로라도 스프링(Spring) 인근의 절벽에서 대멸종 직후 100만 년간 형성된 지층을 발견해 이를 발굴했다. 이 지층은 25.9㎢의 넓은 지역에 퍼져 있으며 연구팀은 이를 장기간 발굴해 16종에 달하는 포유류를 대표하는 신생대 초기 포유류 화석 수백 개와 6000개의 식물 화석을 발굴했다. 그리고 신생대 초기 포유류의 몸집 불리기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사실 대멸종에서 큰 피해를 본 건 포유류도 마찬가지였다. 이 시기에 상당수의 포유류가 같이 멸종했는데, 본래 비주류에 속했던 태반 포유류가 대멸종 직후 상대적으로 많이 살아남아 빠르게 빈 생태계를 장악하게 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멸종 직후 10만 년 이후 생태계에는 야자나무가 흔했으며 가장 큰 포유류는 라쿤 정도 크기로 백악기 말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대멸종 후 30만 년 후에는 호두나무를 비롯해 식물종이 다양해지면서 이를 먹는 포유류가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카르시오프티쿠스 코악타투스 (Carsioptychus coarctatus·사진) 같은 초식 포유류가 진화하면서 몸집을 더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그리고 70만 년 후에는 백악기에는 볼 수 없던 50㎏ 정도 되는 대형 포유류가 등장한다. 지금 기준으로는 그렇게 큰 포유류가 아니지만, 백악기 평균과 비교해 100배나 커진 것이다.


포유류가 이렇게 빠르게 진화한 이유는 비조류 공룡의 멸종 이후 지상 생태계가 무주공산이었던 것은 물론 먹이가 되는 식물의 다양화가 빠르게 일어난 덕분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멸종 이후 70만 년 후에 콩과 식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콩과 식물에 풍부한 단백질은 포유류의 성장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초식 동물이 대형화되자 이에 따라 대형 육식 동물도 등장하게 된다.

이번 연구는 포유류의 조상이 다른 생물들이 사라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히 운이 좋아서 포유류가 빠르게 성장했던 것은 아니다. 비록 오랜 세월 작은 생물이었지만, 포유류의 조상은 이미 중생대에 여러 가지 특징을 진화시켰다. 예를 들어 새끼를 안전하게 키워서 낳는 태반 포유류 역시 중생대에 등장했다. 준비된 사람이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신생대 포유류의 성공은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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