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여기는 베트남] 英 ‘트럭참사’ 베트남 청년들, 고가 ‘VIP 패키지’였는데…

작성 2019.11.07 13:43 ㅣ 수정 2019.11.07 13:44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세계 이슈 케챱 케챱 유튜브 케챱 틱톡 케챱 인스타그램
확대보기
▲ 사진= 30살 아들이 냉동 트럭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지자, 손자를 안고 오열하는 부친
“아들을 편안한 4인용 승용차에 태워 영국으로 보내준다고 했는데…” 하지만 아들은 안락한 승용차가 아닌 냉동 컨테이너 트럭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 1일 냉동 화물트럭에서 발견된 39구의 시신이 전원 베트남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이들의 밀입국 경로에 이목이 집중됐다. 조사 결과, 이들 중 상당수가 거액의 ‘VIP 패키지’에 속아 밀입국을 시도하다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현지 언론 브앤익스프레스는 최고 5만 달러(한화 5800만원)에 달하는 ‘VIP 패키지’는 신속, 편안, 안전을 보장하는 밀입국 옵션으로 이는 일반 육로를 이용한 1만5000달러보다 월등히 비싼 가격이라고 전했다.

18살에 불과한 띠엡, 그의 가족은 1만3000달러(한화 1510만원)만 내면 아들을 안전하게 영국까지 보내준다는 브로커의 말을 믿었다. 4인용 승용차를 타고 프랑스를 경유해 영국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들은 프랑스에서 1년을 머물렀고, 마지막으로 영국에 무사히 도착하면 잔금을 치르기로 했다. 하지만 아들은 영영 소식이 끊겼다. 안락한 4인용 승용차 대신 냉동 트럭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가족들은 “트럭으로 이동하는 줄 알았다면 절대로 그를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소중한 아들을 잃고, 큰 빚만 남은 상태다.

‘VIP 패키지’에 속아 프랑스나 독일까지 오게 된 베트남 청년들은 영국 땅을 밟기 위해 컨테이너에 숨는 제안을 거부할 방도가 없었다. 더구나 사전에 브로커들의 말을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냥 믿고 따르는 수밖에.

게다가 돈이 없어 ‘VIP 패키지’를 이용하지 못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들은 트럭 아니면 맨발로 숲을 뚫고, 산을 넘어야 한다. 베트남 밀입국자들은 이런 저렴한 루트를 ‘잔디(Grass) 패키지'라고 부르는데, 주로 러시아나 중국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 중 다음 여정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공장, 농장, 식당 등에서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며, 성매매에 동원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새로운 삶’은 거부하기 어려운 욕망이다. 거금을 내고, 고생을 해서라도 끝에 가면 충분한 ‘대가’를 부여받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틴다.

응웬 반 흥도 꿈을 향해 영국으로의 밀입국을 시도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베트남을 떠났다. 일단1만7000달러를 내고 러시아로 향했고, 가족들이 진 은행 빚으로 프랑스로 넘어갔다. 몇 주 전 그는 영국으로 가는 마지막 비용을 엄마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그의 엄마는 “그 후 아들은 영영소식이 없다”고 전했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jongsil74@naver.com

추천! 인기기사
  • ‘이상한 성관계’ 강요한 남편…“부부 강간 아니다” 법원 판
  • 1살 아기 성폭행한 현직 경찰, ‘비겁한 변명’ 들어보니
  • 마라톤 대회서 상의 탈의하고 달린 女선수에 ‘극찬’ 쏟아진
  • 女 400명 성폭행하는 정치인 영상 ‘발칵’…“2900여개
  • 아내와 사별 후 장모와 결혼식 올린 인도 남성…“장인도 허락
  • 14세 소녀 강간·임신시킨 남성에 ‘물리적 거세’ 선고…“가
  • 비극적 순간…도망치는 8살 아이 뒤통수에 총 쏴 살해한 이스
  • “내가 남자라고?”…결혼 직전 ‘고환’ 발견한 20대 여성
  • “용의자 중 11살짜리도”…소년 12명, 14세 여학생 집단
  • 온몸에 철갑 두른 러 ‘거북전차’ 알고보니 전략 무기?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곽태헌 · 편집인 : 김성수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