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 등 국제공동연구진이 13년간 아프리카 남부 나미비아에서 여러 차크마개코원숭이 무리를 관찰한 연구를 통해 이들 종에게도 이런 장례문화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차크마개코원숭이는 개코원숭이 중에서 가장 크고 힘이 센 종이다.
프랑스 몽펠리에대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 소속돼 있는 알레시아 카터 박사가 이끈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금까지 12건의 새끼 개코원숭이 죽음 사례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1건의 유산과 2건의 사산도 포함되며 나머지는 대개 수컷 우두머리 개코원숭이가 교체됐을 때 살해된 사건이었다.
특히 연구진은 새끼 개코원숭이의 죽음에 따른 무리 내 반응을 일반적으로 자세하게 기록했다. 여기에는 어미의 나이와 계급, 새끼의 사인, 죽은 새끼의 처리 방식 그리고 어떤 원숭이가 처리하는지를 차트화한 자료가 포함됐다. 또 어미가 아닌 다른 개코원숭이가 죽은 새끼를 처리할 때 어미나 새끼와의 상호작용 및 관계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도 살폈다.
그 결과, 새끼 개코원숭이가 죽었을 때 어미는 다른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 죽은 새끼를 품에 안고 다니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은 최소 1시간에서 최대 10일까지 지속됐으며 평균적으로 사나흘이었다.
이들 어미는 죽은 새끼를 품에 안고 다니는 동안 종종 털을 손질해줬다. 특히 2건의 기록에서는 어미가 죽은 새끼의 입을 깨끗이 닦아주는 행동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는 상실에 관한 명백한 반응으로, 새끼가 살아있을 때는 이런 행동을 보인 사례가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어미와 우정을 쌓은 일부 수컷은 다른 수컷들의 접근으로부터 새끼 사체를 보호하는 행동을 보였는데 이런 모습은 다른 영장류 사이에서도 극히 보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카터 박사는 “수컷 개코원숭이는 난잡한 짝짓기 체계를 지니고 있음에도 실제로 어느 정도 다른 암컷의 새끼를 보살펴준다”면서 “암컷은 다른 수컷과 우정을 맺을 수 있고 이런 수컷은 종종 친구의 새끼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거나 새끼와 먹이를 나눠먹는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도 연구를 통해 영장류가 왜 죽은 새끼를 안고 다니는지 그리고 이런 행동이 영장류의 진화에 대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영국학사원이 발행하는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 최신호(3월 11일자)에 실렸다.
사진=알레시아 카터/UCL /Royal Society Open Science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