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수의학연구소(HVRI) 천화란 박사와 스젠중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개와 고양이 등 동물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접촉해 감염되는지 실험했다. 이들 연구자는 또 각 동물이 같은 종의 동물에게 해당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는지 살폈다.
출판전 논문공유 사이트 ‘바이오리시브’(bioRxiv) 3월31일자에 실린 이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연구자들은 생후 8개월 된 집고양이 5마리를 대상으로 이들의 코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접촉해 감염되게 했다.
6일 뒤 이들 고양이 중 2마리는 안락사돼 검사됐고, 연구진은 두 고양이의 비강과 편도선, 연구개 그리고 (호흡)기관 부위에서 바이러스성 RNA와 전염성 바이러스 입자를 모두 발견했다. 이후 나머지 고양이 3마리는 각각 우리에 갇혀 감염되지 않은 또다른 고양이 3마리가 있는 각 우리 옆에 놓였다. 3일 뒤 연구팀은 원래 감염되지 않은 고양이 3마리 중 1마리에게서 바이러스성 RNA를 발견했으며, 해당 고양이를 안락사 후 검사한 결과 비강과 편도선, 연구개 그리고 기관에서 바이러스성 RNA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고양이 사이에서 호흡기 비말 전염이 발생했으며, 또 최종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고양이 4마리는 모두 해당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형성한 것을 확인했다. 또 이 중 어느 개체도 감염으로 인한 어떤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연구팀은 고양이 외에도 개와 다른 동물들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감염시키는 실험 연구를 진행했다.
개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도적으로 감염된 5마리 중 2마리만이 배설물에 바이러스성 RNA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의 다른 어떤 신체 부위에서도 감염성 바이러스 입자가 검출되지는 않았다. 이는 개가 고양이보다 코로나19에 걸리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유럽산 긴털족제비를 길들인 아종인 페럿은 코로나19 감염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종은 사람과 병리적으로 비슷해 잠재적 백신과 약물치료의 모델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또 닭과 오리 그리고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들 종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동물은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감염된 동물에 노출된 뒤에도 RNA 입자가 검출되지 않아 바이러스 확산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연구진의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놀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OSU)의 바이러스학자 린다 사이프 박사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의 온라인판을 게시하는 네이처닷컴의 뉴스를 통해 “(중국 연구팀이 발표한) 이 결과는 이들 동물이 의도적으로 많은 양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실험에서 나온 것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이 연구에서 감염된 고양이들은 인간들에게 감염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비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서로 다른 바이러스 투여량에 관한 더 많은 연구를 해서 가능성 있는 전염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성시대의 유행병학자 더크 파이퍼 박사도 “따라서 코로나19 통제를 위한 초점은 의심할 여지 없이 사람 간 전염 위험을 줄이는 방식을 확고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퍼뜨릴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반려동물과의 접촉을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이 연구는 홍콩에서 개 2마리, 벨기에에서 고양이 1마리가 각각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나온 것으로, 지난 1일 홍콩에서는 또다른 고양이 1마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금까지 나온 4가지 사례 모두 사람에게서 전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 연구는 개와 고양이는 사람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코로나19 통제를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이들 동물의 취약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