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 홍콩 소코군도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관련 연구를 진행한 환경단체 ‘오션스아시아’ 측은 지난 2월 소코 해변에서 수십 개의 수술용 마스크를 수거했다. 오션스아시아 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련 폐기물이 바다로 흘러들기까지 딱 6주가 걸렸다”고 허탈해했다.
공동 설립자인 게리 스톡스는 “마스크는 환경 오염의 또 다른 주범이 됐다. 이제 곧 죽은 해양생물의 뱃속에서 마스크가 나올 것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곧 벌어질 일”이라며 우려했다. 홍콩 해양보호단체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지만 버릴 때는 제멋대로다.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일대에서도 코로나19 예방에 사용된 라텍스 장갑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급증한 쓰레기 탓에 해변이 오염되자 온라인상에서는 #더글로브챌린지(#TheGloveChallenge)라는 환경운동까지 시작됐다.
관련 운동을 주도한 여성은 인디펜던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이애미 해변에서 수십 개의 플라스틱 장갑을 목격했다. 챌린지 시작과 함께 뉴욕은 물론 이탈리아와 스페인, 독일, 뉴질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지에서 해변에 널려 있는 장갑 수천 개의 사진이 쏟아졌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한 소녀는 한꺼번에 장갑 30여 개를 주웠다”고 덧붙였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현재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에 최소 600종 해양 생물의 목숨을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바다를 떠돌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물살에 부서지면서 형성된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폴리프로필렌과 같은 플라스틱 및 부직포 직물로 만들어진 마스크가 앞으로 또 다른 위협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밝은색 라텍스 장갑을 먹이로 오인한 바닷새와 거북 등 해양 포유류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보호단체들은 “일단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 더 잘게 부서지면 다시 회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 등 코로나19 관련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