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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선 고릴라와의 슬픈 셀카…인간이 가져온 끔찍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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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콩고공화국에서 피살사건이 있기 며칠 전, 비룽가 국립공원에서 부모처럼 따르던 밀렵단속 경비대원과 함께 ‘인생샷’을 남긴 고릴라 두 마리의 모습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최악의 피살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밀렵꾼에게 어미를 잃은 고릴라들이 사람으로 인해 ‘부모’를 두 번이나 잃게 된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AFP,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르완다해방민주세력(FDLR) 소속 무장대원 약 60명은 지난달 24일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의 비룽가 국립공원에서 ‘레인저’로 불리는 밀렵단속 경비대원 12명을 포함해 총 17명을 살해했다.

당시 무장대원들은 경비대원 15명의 보호 아래 가던 민간인 차량 행렬을 매복했고, 이 과정에서 경비대원 대부분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사망한 경비대원들이 비룽가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고아 고릴라’들의 부모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사실이다. 이 공원에서 경비대원들이 보살피던 고릴라들의 어미들은 2007년 7월 당시 밀렵꾼들에게 모두 죽임을 당했다. 이후 이 고릴라들은 비룽가 국립공원 내 보호구역에서 새 삶을 시작했고, 사망한 경비대원들과 10년 넘게 동고동락하며 이들을 부모처럼 따랐다.

피살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며칠 전, 비룽가 국립공원 측은 SNS에 경비대원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고릴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 속 고릴라는 마치 사람처럼 두 발로 선 채 편안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이들의 맨 앞에는 부모 역할을 했던 경비대원 중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국립공원 측은 당시 사진과 함께 “이들은 항상 ‘건방지게’ 행동한다. 이 사진은 (연출이 아닌) 진짜”라며 재치있는 글을 남겼고, 또 다른 관계자는 “이 고릴라들은 곧잘 사람 흉내를 낸다. 두 발로 서는 것도 사람의 행동을 배우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을 본 한 네티즌은 “이 사진을 너무 좋아하는 두 살배기 아이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비룽가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지만, 실제 비룽가 국립공원과 야생동물을 지키는 경비대원들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십수 년 째 정부군과 여러 무장반군 세력 간 내전이 진행중인 민주콩고에서 밀렵 단속 활동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특히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면적이 7800㎢가 넘는 비룽가 국립공원은 반군단체, 민병대, 밀렵꾼들의 공격이 잦은 곳이다.

이 때문에 1996년 이후 비룽가에서만 130명 이상의 단속반원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에는 반군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매복 공격으로 단속반원 5명이 숨지기도 했다.

화제가 된 ‘두 발로 선 고릴라의 인생샷’ 속 경비대원의 생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밀렵꾼들에게 어미를 잃었던 고릴라들이 어미 대신 자신들을 지켜주던 몇 안 되는 ‘부모들’을 잃은 것만은 확실하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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