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에 따르면 콜롬비아 아틀란티코주(州) 후안데아코스타의 시장 카를로스 이깅스 비야누에바는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아들과 조카, 가문의 친한 친구 등 3명을 경찰에 넘겼다. 비야누에바는 "(지방)경찰을 지휘하는 최고 책임자로서 규정을 어긴 사실을 묵과할 수 없었다"면서 "내가 직접 아들과 조카, 지인을 경찰서까지 데려가 신병을 인도했다"고 밝혔다.
시장이 직접 경찰에 신병을 넘길 정도로 엄중하다는 세 사람의 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바로 코로나19 봉쇄규정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 사람은 콜롬비아의 아버지날을 맞아 지난 주말 모처에 모여 파티를 열었다. 여느 때였더라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지만 지금 콜롬비아 아틀란티코주는 코로나19 팬데믹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봉쇄가 시행 중이다. 자유로운 이동은 제한되고 각종 모임은 금지돼 있다. 여럿이 모여 먹고 마시는 파티는 금지 1호 모임이다.
세 사람이 코로나19 봉쇄규정을 어긴 사실은 29일 오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동영상이 오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시장은 벌컥 화를 내며 이튿날 오전 일찍 아들과 조카, 지인 등 파티를 벌인 세 사람을 잡아들여 경찰서로 데려갔다. 아틀란티코주는 수도 보고타에 이어 콜롬비아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곳이다.
비야누에바 시장은 "세 명이 파티를 벌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바람에 신병을 경찰에 넘긴 것"이라면서 "현행범으로 잡았더라면 (내가 직접) 검찰에 송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게 아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비야누에바 시장은 "시장은 공인이고, 공인의 가족은 누구보다 규정을 잘 지켜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술이나 마시자고 시민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용납할 수도, 용서되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체를 (전염병) 위험에 처하게 하는 사람은 가족에게 한 것처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면서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코로나10 방역수칙과 봉쇄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봉쇄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단호하게 아들과 조카를 경찰에 넘긴 비야누에바 시장에게 시민들은 열렬한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가족에게 엄격한 시장이야말로 최고의 시장"이라면서 "반드시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간만에 멋진 정치인을 보게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한편 2일 현재까지 콜롬비아에선 코로나19 확진자 10만2000명, 사망자 3470명이 발생했다. 일간 확진자는 4000명대를 기록 중이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