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검찰은 6일 멸종위기 수마트라호랑이를 밀거래한 9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9월 멸종위기 수마트라호랑이를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르망디 항구도시 르아브르에 사는 구매자 부부는 당시 온라인 광고를 보고 6000유로(약 813만 원)에 희귀 ‘사바나캣’을 주문했다.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인 서벌종과 집고양이를 교배해 만든 사바나캣은 교배 자체가 어려워 매우 희귀한 품종에 속한다.
얼마 후 도착한 새끼 사바나캣은 그러나 고양이라고 보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낯설었다. 그 생김새가 미심쩍었던 부부는 일주일 넘게 고양이를 데리고 있다 경찰에 자진 신고했다. 조사 결과 부부가 주문한 사바나캣은 생후 3개월 된 수마트라호랑이였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만 서식하는 수마트라호랑이는 현지 국립공원에 약 500마리, 그밖에 세계 각지의 동물원에 235마리가 생존해있다. 멸종위기종으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사이테스’(CITES)에 따라 보호받는다. 인도네시아 정부 공문 없이는 운송도 불가능하며, 개인 사육도 금지돼있다.
고양이 한 마리를 주문했다가 졸지에 멸종위기 호랑이 밀거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부부는 신고 전까지 호랑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고 항변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해당 호랑이가 부부에게 판매되기 전 인근 지역에서 촬영된 영상에 등장한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프랑스까지 어떤 경로로 밀매됐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그 후로 2년에 걸쳐 끈질긴 수사를 벌인 경찰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호랑이 밀거래에 가담한 7명을 붙잡았다. 지난 6일 구매자 부부와 밀거래 조직원 등 총 9명을 구속한 검찰은 이튿날 구매자 부부를 석방하고 남은 7명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판매 당시 생후 3개월 된 새끼였던 호랑이는 프랑스 생물다양성사무소가 위탁해 보호하다 최근 새 보금자리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구매자 부부가 애초 입양하려 했던 ‘사바나캣’ 역시 야생 유전자를 얼마나 물려받았느냐에 따라 사이테스 제약을 받는다. 4대손(F1~F4)까지는 개인이 사육할 수 없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