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등 연구진은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 참가한 성인 여성 1232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상관관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혈액 검사에서 30~40대까지 늦둥이를 낳은 여성은 10~20대까지만 아이를 낳은 여성보다 갱년기 이후 시점에서 텔로미어의 길이가 더 길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염색체 말단부가 풀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종의 마개로, 이 부분이 마모돼 짧아지면 수명이 줄어드는 것과 관계가 깊고 감염병이나 암 또는 심장질환 등에도 취약해진다는 점도 밝혀지고 있어 신체 나이의 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지닌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전에 이번보다 작은 규모로 시행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지만, 당시에는 관찰 연구였기에 상당한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면 30~40대까지 아이를 낳은 여성은 더 부유할 가능성이 커 텔로미어가 더 길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여성은 자신의 경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녀 계획을 미루지만, 상대적으로 여유가 덜한 여성은 더 이른 나이에 임신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30~40대까지 임신하는 여성은 양질의 건강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더 나은 식생활을 유지하며 신체적인 부담이 없는 직업을 갖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텔로미어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교란 요인(confounding factor)들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이번 연구에서는 인종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배경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 주저자인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역학자 체이스 라투어 연구원은 “30~40대까지 아이를 낳은 여성은 장기적으로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는 건강 지표인 텔로미어가 더 길 가능성이 있었다”면서도 “늦은 출산이 더 긴 텔로미어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북미 폐경학회(NAMS·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 학술지 ‘폐경’(Menopause)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