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동연구진은 척추동물이 바다에서 헤엄치던 것보다 육지를 더 잘 걷는데 위팔뼈의 발달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번 발견은 진화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거의 이해할 수 없었던 과정 중 하나인 지느러미를 네발로 변하게 한 발달 과정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위팔뼈는 보행 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당한 부하를 흡수하는 주된 근육을 수용할 수 있어 움직임에 있어 극히 중요한 부분이다. 게다가 이 뼈는 모든 네발 동물뿐만 아니라 이들에게서 진화한 어류에서도 발견되는 등 남아있는 화석 전반에 걸쳐 꽤 흔하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이 뼈는 지느러미에서 발로 변하는 과정을 조사해 알 수 있어 일종의 타임캡슐과 같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지난 100여 년간 과학자들은 척추동물이 육지로 진출하는 데 밑천이 됐던 실마리를 풀려고 애썼다. 아칸토스테가나 이크티오스테가와 같은 초기 네발 동물은 지느러미 대신 네발을 지닌 최초의 척추동물이었다. 이들의 후손으로는 이미 멸종했거나 살아남은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인류를 포함한 포유류 등이 있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최근 수집한 표본을 포함해 약 3억5000만 년 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위팔뼈 화석 40점을 입체로 재현한 3D 이미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거의 4년 동안 몇천 시간에 걸쳐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위팔뼈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와 이 뼈가 생물이 움직이는 방법에 어떻게 영향을 줬는지를 자세히 살폈다.
이번 분석에서는 수생 어류에서 육상 네발 동물로의 변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이전까지 알 수 없었던 보행 운동 능력을 지닌 중간 유형의 동물까지 다뤘다.
연구진은 육상 동물의 네발은 육지로 진출함과 동시에 나타났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초기 육지 동물은 걷는 데 능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생물이 물을 떠나면서 위팔뼈는 모양을 바꿨고 그 결과 육지에서의 생활에 더 유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기능적 특성을 갖게 됐다는 것.
연구 책임저자인 스테파니 피어스 하버드대 교수는 “육지를 걸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은 본질에서 생물이 다양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오늘날 육지 생태계를 구축해낸 것”이라면서 “위팔뼈의 발달 과정은 진화의 역사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시기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이런 변화를 바다나 육지와 관련한 네발 동물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는 형태론적인 지도에서 포착했다. 초기 L자형 위팔뼈는 육지에서 이동하는 데 약간의 이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후기 위팔뼈는 더 튼튼하고 길쭉하며 꼬인 형태로 변했고 이는 새로운 생물학적 다양성과 생태계의 확장을 초래하는 데 도움을 준 더욱더 효과적인 보행 운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피어스 교수는 “이번 발견은 동물 뼈 화석에 기록된 작은 부분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이번 분석은 지금까지 발생한 가장 큰 진화적 변화 중 하나의 비밀을 푸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11월 25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