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영국 잉글랜드 남단 와이트섬 해변에서 높이 2.5m의 금속기둥이 발견됐다. 수영객들이 발견한 금속기둥은 3면이 모두 거울처럼 주변을 반사하고 있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찍힌 여러 장의 사진에서는 모래사장에 박힌 금속기둥에 비친 구경꾼들을 확인할 수 있다.
금속기둥 사진이 급속히 확산하자 합성 의혹도 일었지만, 현지 사진작가가 직접 금속기둥을 촬영해 올리면서 가짜 소동은 일단락됐다. 현지언론은 도보로만 접근할 수 있는 해변에 어떻게 이렇게 무거운 기둥을 옮긴 것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네덜란드 프리슬란트주 자연보호구역에도 비슷한 크기의 금속기둥이 등장했다. 누가 자연보호구역에 기둥을 세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새해맞이 장난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정체불명의 금속기둥은 지난달 18일 미국 유타주 사막에서 처음 발견됐다. 깊숙한 사막 한가운데 신비롭게 꽂혀 있는 높이 3.6m의 금속기둥은 숱한 화제를 뿌리며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유타주 당국이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각지에서 구경꾼이 몰렸다. 1968년 개봉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모노리스와 유사하다 하여 ‘유타 모노리스’라는 이름도 붙었다.
베일에 싸인 금속 기둥의 정체를 두고 일각에서는 2011년 작고한 유명 조각가 존 매크레켄이 남긴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제적 관심을 끈 금속기둥은 발견 9일만인 27일 현지 유튜버가 철거했다. 관광객 유입으로 사막 환경이 파괴될 우려가 있다는 게 철거 이유였다.
의문만 남긴 채 사라진 금속기둥은 같은 날 루마니아 북동부 산악지대에 등장했다. 누군가 루마니아 네암츠 보호구역에 세운 높이 2.8m 금속기둥은 발견 나흘만인 지난 1일 사라졌다. 현지 기자는 “용접이 서툰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다음 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세 번째 금속기둥이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파인산 정상에서 발견된 높이 2.8m, 무게 90㎏ 금속기둥은 유타주 기둥과 달리 땅에 단단히 고정되지 않아 사고 위험이 제기됐다. 기둥은 하루 뒤인 3일 인근 지역에서 건너온 극우 청년들이 제거했다.
세계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금속기둥이 잇따라 발견되자 패러디도 이어졌다. 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도심 한복판에 등장한 금속기둥은 바로 옆 사탕가게 주인이 홍보를 위해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