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는 CO₂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이송 수단이다. 전 세계의 하늘을 연결하기 위해 항공업계에서는 화석연료를 연간 3630억 t이나 태워야 한다. 이 때문에 배출되는 CO₂는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에 3% 정도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항공 수요는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도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항공기는 자동차처럼 전기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단거리 비행이라면 전기 비행기를 도입할 수도 있지만, 장거리 비행일 때는 절대적으로 어렵다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에 따라 영국 옥스퍼드대 등 국제연구진은 대기 중의 CO₂를 활용해 항공기용 제트연료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유기 연소법(OCM)이라는 방식으로 철(Fe), 망간(Mn), 칼륨(K) 촉매 반응을 준비하고, 포집한 CO₂와 첨가한 수소를 이 촉매로 반응하게 해 항공기용 제트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액체 탄화수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CO₂의 전환율은 38.2%로, 이중 연료가 되는 C8-C16 탄화수소의 비율은 47.8%이다. 이는 화석연료 대신 CO₂를 재활용해 만든 연료이므로, 이를 이용하면 항공업계의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실험실에서 합성 제트연료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일 뿐, 실용화에 이르러면 이를 산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커다란 규모의 생산 시설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대기 중 CO₂를 포집하는 시설을 만드는 스위스의 기업이나 이번 연구와 다른 방식으로 배기가스를 에탄올로 바꾸는 뉴질랜드 신생기업 란자텍 등 8개 회사가 이미 CO₂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연구 책임저자인 피터 에드워즈 옥스퍼드대 화학과 교수는 “이 기술은 영국을 혁신적인 신녹색 산업의 선두에 서게 할 것이다. 이는 정말 흥미진진하고 잠재적으로 혁신적인 발전이며 내 40년 경력 중에서 가장 중대한 발견”이라면서 “제트연료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2, 3년 안에 시설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포집한 CO₂를 지속 가능한 항공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전 세계가 보도록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미 시범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영국 산업계와 사전 협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12월 22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