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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불난 줄도 모르고…코로나로 후각 잃어 죽을 뻔한 美 가족

작성 2021.01.18 11:38 ㅣ 수정 2021.01.1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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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새벽 2시쯤, 미국 텍사스주 와코 지역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난 집에는 일가친척 4명과 반려견 4마리가 살고 있었으나 가족들은 불이 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사진=KWTX
코로나19로 후각을 잃은 가족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16일(현지시간) KWTX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 일가족이 집에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있다가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보도했다.

15일 새벽 2시쯤, 미국 텍사스주 와코 지역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난 집에는 일가친척 4명과 반려견 4마리가 살고 있었으나 가족들은 불이 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사이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집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그때 친척과 함께 이 집에 살던 비앙카 리베라(17)가 눈을 떴다. 소녀는 “자다가 뭔가 타는 냄새가 나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뛰쳐나가 보니 복도에 연기가 자욱했다. 지나갈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다른 가족 3명은 모두 코로나19로 후각을 잃어 타는 냄새를 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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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중 유일하게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소녀는 화재 연기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족 모두를 깨워 뒷문으로 탈출했다. 반려견 4마리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사진=KWTX
가족 중 유일하게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소녀는 화재 연기를 뚫고 가족 모두를 깨워 뒷문으로 탈출했다. 반려견 4마리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소녀는 “가족을 구할 수 있는 건 나뿐이었다. 내가 죽거나 다칠 것은 중요치 않았다. 그저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와코소방당국은 “대형 화재였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천운”이라면서 “소녀가 목숨을 바쳐 가족을 구했다”고 밝혔다. 겨우 옷만 걸치고 탈출한 가족들은 인근 숙박시설에서 적십자사 도움을 받고 있다.


얼마 전 미국 뉴욕의 한 여성도 후각 상실 때문에 큰일을 겪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에 걸린 후 현재까지 후각이 돌아오지 않은 여성은 가스 누출을 알아 차라지 못하고 있다가 가족 손에 이끌려 피신했다. 그녀는 “후각과 미각을 잃는 것 이전에 이건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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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코소방당국은 “대형 화재였다. 재산 대부분이 화재로 소실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천운”이라고 밝혔다./사진=KWTX
후각 상실은 코로나19의 대표적 증상이다. 기침이나 발열만큼 흔하진 않지만 가장 확실한 감염 증상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프랑스 파리샤클레대 의대 연구 결과도 이를 입증한다. 연구팀이 지난 6일 국제학술지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내 코로나19 입원환자 2581명 중 대부분이 후각 기능을 상실했다. 또 경증환자의 85.9%가 후각 기능 상실을 겪어 중증환자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후각 장애를 겪는 평균 지속 기간은 21.6일로 나타났지만 환자의 4분의1 이상은 60일이 지나도록 후각 기능을 회복하지 못했으며 6개월 이상 후각 장애를 겪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후각 이상의 치료법은 아직 나온 게 없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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