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남극탐사단(BAS)은 이날 산하 핼리과학기지가 있는 브런트 빙붕에서 면적이 1270㎢인 거대한 빙산이 분리됐다고 발표했다. 이 빙산은 서울시 면적인 605㎢보다 두 배 이상 큰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기지에 있던 연구원 12명은 이달 초 남극이 겨울로 접어들면서 철수해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두께가 150m나 되는 이 빙붕은 몇 년 전부터 거대 균열이 발생해 이번처럼 언젠가 거대한 빙산이 분리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BAS에 따르면, 이 빙붕에는 지난해 11월 노스 리프트라고 불리는 새로운 균열이 발생했고, 이는 기존 다른 거대한 균열 쪽으로 점차 확산, 그 속도는 지난달부터 하루 1㎞씩 진행될 만큼 급속히 빨라졌다.
이달 중순 항공기로 촬영한 영상에도 노스 리프트의 균열은 화면에서 볼 수 있는 먼 곳까지 뻗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균열의 틈새는 지난 26일 오전 몇백 m까지 벌어지면서 마침내 빙산으로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인 프랜시스 BAS 단장은 “이 빙붕의 상태를 보여주는 고정밀 GPS 망과 위성 영상에 관한 자료가 매일 자동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대로 전송되고 있어 과학기지에 사람이 체류하지 않는 겨울 동안에도 관측을 계속할 수 있었다”면서 “남극의 겨울은 태양이 뜨지 않아 칠흑 같이 어둡고 기온은 영하 50℃ 이하까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BAS는 이와 같은 빙산의 분리에 대비하기 위해 2016년 핼리과학기지를 내륙 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 기지에 상주하는 연구원들은 2017년부터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겨울에 철수해 단단히 준비를 해왔던 것이다.
남극에서는 2017년에도 라센C라는 빙붕에서 이번 빙산보다 훨씬 더 큰 빙산이 분리된 사례가 있다. 이 빙산은 북상하면서 쪼개졌고 최근에는 10개가 넘는 작은 조각으로 나뉜 것으로 확인됐다.
BAS는 “핼리과학기지가 있는 브런트 빙붕에서 일어나는 빙산의 분리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라센C 빙붕에서 볼 수 있었던 사건과 관계가 없으며 기후 변화가 중대한 역할을 했다는 증거 역시 볼 수 없었다”면서 “현재 우리는 브런트 빙붕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이 빙붕이 다른 빙붕에 미칠 영향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시스 단장도 “이번 빙산은 몇 주나 몇 달 뒤 사라질 수도 있지만 브런트 빙붕 근처에서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BAS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