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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행성 10만 개도 찾을 수 있다? 차세대 ‘행성 사냥’꾼 로만 우주 망원경의 비결(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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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만 우주 망원경. 출처: 나사)
지난 수십 년 동안 외계 행성 연구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초기에는 외계 행성이 실제로 있는지 알아보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이미 확인된 외계 행성만 수천 개 이상이다.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외계 행성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몇 년 전 퇴역한 나사의 1세대 행성 사냥꾼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공로가 매우 컸다.

케플러의 임무는 더 강력한 성능을 지닌 2세대 행성 사냥꾼인 TESS가 물려받았다. TESS는 360도의 넓은 관측 범위를 지녀 12도 정도의 좁은 시야를 지닌 케플러 우주 망원경보다 훨씬 많은 외계 행성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나사는 이미 TESS의 후계자도 개발 중이다. 나사의 우주 망원경 개발에 큰 업적을 세운 여성 과학자의 이름을 딴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 망원경 (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 이하 로만 우주 망원경)이 그 주인공이다. 

3세대 행성 사냥꾼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만 우주 망원경은 케플러나 TESS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먼 거리를 관측할 수 있다. 허블 망원경과 같은 2.4m 지름의 거대한 주경 (망원경에서 첫 번째로 빛을 모으는 가장 큰 거울)과 최신 기술이 집약된 2억8800만 화소의 카메라를 이용해서 멀리 떨어진 별의 미세한 밝기 변화를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최대 200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을 포착할 수 있고 TESS는 범위를 늘리는 대신 거리를 희생해서 평균 15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을 찾아낼 수 있는 반면에 로만 우주 망원경은 무려 25,00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까지 포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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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플러, TESS, 로만 우주 망원경의 관측 거리, 범위 비교. 출처: 나사
로만 우주 망원경은 케플러나 TESS처럼 행성이 주기적으로 별 앞을 지날 때 미세하게 밝기가 변하는 것을 관측해 외계 행성을 포착한다. 하지만 로만 우주 망원경은 선배들에게는 없는 재주가 하나 더 있다. 멀리서 온 별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행성 옆을 지날 때 빛이 렌즈를 통과한 것처럼 휘는 현상을 이용한 마이크로 중력렌즈 (microlensing)가 그것이다.

중력렌즈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한 효과로 주로 무거운 천체를 찾는 데 사용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관측 기술의 발전으로 행성처럼 매우 작은 질량을 지닌 천체의 중력렌즈 효과도 관측할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 중력렌즈 덕분에 로만 우주 망원경은 지구에서 관측했을 때 행성이 별 앞을 지나지 않더라도 관측이 가능하다. 로만 우주 망원경의 행성 포착 능력이 전 세대보다 월등히 뛰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사우스 웨일스 대학의 벤저민 모텟 (Benjamin Montet)이 이끄는 연구팀은 로만 우주 망원경이 대략 10만 개의 외계 행성을 새로 찾아낼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가운데 3/4은 목성이나 해왕성 같은 가스 행성이고 나머지 1/4은 미니 해왕성이나 슈퍼 지구 혹은 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이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제2의 지구 후보가 대거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로만 우주 망원경은 2020년대 중반에 발사 예정이다. 현재는 주경을 비롯해 주요 부품이 제작되었거나 개발 중이다. 케플러가 외계 행성에 대한 지식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처럼 TESS와 로만 우주 망원경 역시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이런 연구를 통해 언젠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 행성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도 발견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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