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야생곰 출몰 소식에 애리조나 더글러스 시내가 발칵 뒤집혔다. 하나둘 전봇대 앞으로 몰려든 주민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봤다. 주민들 시선이 멈춘 곳에는 전선 위에 올라앉은 커다란 야생곰 한 마리가 있었다. 목격자는 “시내를 어슬렁거리던 야생곰이 전봇대를 기어 올라가 전선 위에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새가 아닌 야생곰이 전선 위에 앉아있다는 신고에 야생동물국은 물론 경찰과 국경순찰대까지 관련 당국이 부리나케 현장으로 총출동했다. 야생동물국 관계자는 “감전 위험 때문에 서둘러 곰을 끌어 내려야 했다. 전력회사 직원들도 현장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합동대응팀은 도로 일부 구간을 폐쇄하고 머리를 맞댔다. 구조 작전을 세우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대응팀과 달리, 전선 위 야생곰은 그저 태평하기만 했다.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자리를 바꿔가며 구경꾼을 내려다보는 등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구경꾼 수십 명이 몰리는 등 소란이 이어지자 야생곰은 결국 항복 의사를 밝혔다. 야생곰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자 놀란 구경꾼 20여 명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소동은 일단락됐다.
야생동물국 관계자는 “야생곰이 다행히 스스로 내려오면서 상황은 무사히 종료됐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야생곰이 자주 출몰하는 시기”라며 인근 주민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