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베트남

[여기는 베트남] 신분증도 없던 장애인, 생애 첫 비행기 탄 기적 사연

작성 2021.06.05 13:11 ㅣ 수정 2021.06.05 13:17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세계 이슈 케챱 케챱 유튜브 케챱 틱톡 케챱 인스타그램
확대보기
병세가 심각한 부친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야 했지만, 신분증조차 없는 장애인이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에 탑승한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일상의 작은 기적은 주변의 온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베트남 현지 언론 탄니엔은 최근 항공사 로컬 대표 부서장인 응웬 도안 찌 씨가 만난 매우 특별한 승객에 대한 사연을 소개했다.

프엉씨는 3년 전 북부 하이즈엉에서 버스를 타고 남부 호치민에 왔다. 거리에서 복권을 팔면서 모은 돈은 모두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보내왔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갑자기 부친이 뇌졸증으로 쓰러지자, 급히 부친을 보기 위해 평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야 했다.

하지만 공항 직원은 신분증이 없는 그에게 티켓 발급을 거부했다. 프엉씨는 "양 손가락이 없어 지문 인식이 안 돼 신분증을 발급받지 못한 것"이라면서 "부친이 위급한 상황이라 오늘 꼭 비행기를 타야 하니, 제발 사정을 봐달라"고 간청했다. 그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도안씨는 그를 도울 방법을 찾아보자면서 공항 직원들을 설득했다.

한편 티켓 가격이 90만동(한화 4만400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프엉씨는 주머닛돈을 모두 털어놓았다. 하지만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혀 나온 돈은 35만동(한화 1만7000원)에 불과했다. 프엉씨는 "얼른 나가서 친구에게 돈을 꿔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안씨는 그 자리에서 프엉씨를 말렸다. 도안씨는 "우리 모두 돈을 모아 봅시다. 조금씩 모으면 티켓값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 보안요원뿐 아니라 항공사 직원들도 십시일반 선뜻 돈을 보탰고, 금세 90만동이 모아졌다. 

비행기를 타지 못할까 봐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던 프엉씨에게 비행기 티켓 주어졌다.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아낸 그는 도움을 준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물으며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당일 마지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하이즈엉으로 향하는 프엉씨의 모습을 바라보는 공항 직원들의 마음도 훈훈해졌다. 


오랫동안 공항에서 여러 긴급 상황을 겪어봤던 도안씨, 하지만 이날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본인의 SNS에 사연을 올리자, 전국 각지에서 네티즌들도 “모처럼 따뜻한 사연을 접해 감동했다”, “아직도 세상은 따뜻하다”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추천! 인기기사
  • ‘이상한 성관계’ 강요한 남편…“부부 강간 아니다” 법원 판
  • 호찌민 관광 온 한국 남성, 15세 소녀와 성관계로 체포
  • 마라톤 대회서 상의 탈의하고 달린 女선수에 ‘극찬’ 쏟아진
  • 아내와 사별 후 장모와 결혼식 올린 인도 남성…“장인도 허락
  • 女 400명 성폭행하는 정치인 영상 ‘발칵’…“2900여개
  • 14세 소녀 강간·임신시킨 남성에 ‘물리적 거세’ 선고…“가
  • 비극적 순간…도망치는 8살 아이 뒤통수에 총 쏴 살해한 이스
  • “내가 남자라고?”…결혼 직전 ‘고환’ 발견한 20대 여성
  • “용의자 중 11살짜리도”…소년 12명, 14세 여학생 집단
  • 온몸에 철갑 두른 러 ‘거북전차’ 알고보니 전략 무기?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곽태헌 · 편집인 : 김성수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 Tel (02)2000-9000